이통시장 불법.편법 마케팅 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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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동통신업체들이 단말기 보조금 지급, 계열사 및 사내직원들을 동원한 판촉행사 등 불법, 편법 마케팅에 열을 올리면서 이동전화 시장이 극심한 혼탁양상을 빚고 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달말로 예정된 SK텔레콤 및 신세기통신의 시장점유율 50%미만 감축시한을 앞두고 이동통신업체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가입자 유치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SK텔레콤 및 SK신세기통신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조건에 따라 이달말까지 시장점유율을 50%미만으로 낮춘다는 목표하에 계열사인 SK글로벌을 통해 019 PCS(개인휴대통신) 판매대행에 나서면서 불법 단말기 보조금 지급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최근 통신위원회가 SK글로벌의 불법 단말기 보조금 지급행위를 무려 7천여건이나 적발하고서도 1억원에 불과한 과징금을 물리는 `솜방망이'' 징계에 그친 점도이같은 불법행위를 부추기는 요인이 됐다는 지적이다.

또 KTF, LG텔레콤 등 PCS업체들도 SK텔레콤의 신규 가입자 중단을 시장점유율확대의 기회로 보고 각종 편법, 불법 마케팅에 가담하면서 시장을 흐리고 있다.

KTF의 경우 이달말까지 시장점유율 36%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지난 4월부터 직원들에게 판매량을 할당하는 고강도의 사내판매 행사를 벌이고 있어 직원들조차 반발하고 있다.

사업부서장 이상에게는 20대, 임원 10대, 팀장 5대, 팀원 3대, 파견직원에게는 1대가 할당된 것으로 알려졌다.

KTF의 관계자는 "SK글로벌이 011 대리점을 통해 단말기 1대당 보조금을 13만7천원을 지급하고 있다"면서 "016 및 018 대리점 업주들은 인근 011 대리점에서 단말기가 불과 4∼5만원에 팔리는 상황에서 도저히 경쟁할 수 없다며 본사차원의 지원을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부 자금능력이 있는 대리점들은 스스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경우도 있고, 자금력이 없는 대리점의 일부는 문을 닫는 경우도 발생하는 등 016 및 018의 유통망이 붕괴될 지경"이라며 "이같은 사태는 SK글로벌의 단말기 보조금 지급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LG텔레콤은 데이콤을 제외한 LG그룹 계열사 20여개사에 총 30만여대의 019 PCS 판매를 목표로 이른바 `L-프로젝트''라는 이름의 판촉행사를 실시하고 있다.

LG그룹 계열사 총 8만5천여명의 직원들이 30만대를 판매하려면 1인당 3대이상을팔아야 하는 실정이다.

LG는 대리급 3대, 과장부터 부장급에게는 4대, 임원은 5대 이상을 할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LG계열사들은 019 PCS 판촉행사에서 LG전자의 휴대폰 `아이북''에 대해10만원 가량의 단말기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LG계열사가 LG전자 및 텔레콤을 지원하는 형식의 부당내부거래 논란을 빚고 있어 공정위가 최근 조사에 착수했다.

한편 SK텔레콤 및 SK신세기통신은 이달말까지 시장점유율을 50%미만으로 축소하기 위해 적극적인 가입자 유치에 나서고 있지 않지만 7월부터는 시장점유율 회복을 위해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양사는 정통부의 `비대칭 규제''방침이 자사에 집중될 것을 우려해 7월이후에도 당분간 공격적인 마케팅을 자제할 것이라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어쨌든 국내 이동전화 시장의 혼탁양상은 이달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서울=연합뉴스) 이정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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