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의 아랫입술이 엄마 가슴 아래에 닿고, 잇몸이 가슴 위쪽을 누르게 훑듯이 물리세요. 아기가 혀 끓는 소리를 내면 엄마 젖과 밀착이 잘 안 됐다는 뜻이에요.”
11일 오후 2시 서울 역삼동 강남차병원 3층의 산후조리원 내 모유 수유실. 나이 지긋한 간호사가 산모 대여섯 명에게 모유를 먹이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아기를 안은 산모들은 아이의 작은 입에 젖을 물렸다.
요즘 산모들은 비용이 다소 부담돼도 과감하게 산후조리원을 찾는다. 모유 수유법, 이유식 만들기 등 육아의 기초지식을 가르쳐주는 곳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산후 몸조리를 잘해야 평생 고생 안 한다’는 생각에 조리원을 더 선호한다. 몸매 회복을 위한 마사지와 운동 프로그램이 인기다.
본지가 여성전문병원인 차병원(강남·분당)과 공동으로 11~12일 임신·출산을 경험한 20~40대 여성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10명 중 8명이 ‘산후조리원을 이용 중’이거나 ‘앞으로 이용하겠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체계적인 관리를 받고 싶어서’가 77%로 가장 많았다. 갓난아기를 돌본 지가 오래된 친정엄마보다는 산후조리원이 전문적인 산후 관리를 해줄 거란 기대다.
이달 초 둘째를 낳은 박희성(34·서울 서초동)씨는 2009년 첫째 아이 출산 때에 이어 이번에도 집 대신 산후조리원을 택했다. 박씨는 “아기 질병 정보나 모유 수유 방법을 배우고, 마사지도 받을 수 있어 도움이 많이 된다”며 “하루 이용료가 호텔 숙박비 정도 되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시댁 식구들이나 외부인의 잦은 방문을 피할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혔다. 남편 외에는 방문이나 면회를 금지하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셋째를 낳고 안양의 한 산후조리원에서 머물고 있는 김모(32)씨는 “시어머니가 조리원에 들어가는 걸 상당히 못마땅해 했지만 남편을 설득해 조리원에 왔다”며 “시어머니가 계신 집보다는 산후조리원이 편하다”고 말했다.
응답자들은 산후조리원의 가장 큰 문제로는 ‘비용 부담’(40%)을 꼽았다. 막상 이용해보면 서비스에 비해 요금이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드는 곳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한꺼번에 수백만원을 지불하는 서비스 상품인데도 ‘제대로 된 시설 및 전문 관리인 부족’(25%), ‘가격과 시설에 대한 정보 부족’(18%)도 문제로 꼽았다. 10월 말 출산을 앞둔 박민영(29·경기도 김포시)씨는 “믿을 만한 업체 정보를 얻기가 어려워 인터넷에 올라 있는 이용 경험담이나 입소문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취재팀=신성식 선임기자, 박수련·박유미·배지영·장치선·권선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