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들, 육아법 배우려 … 시부모 계신 집 불편해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아기의 아랫입술이 엄마 가슴 아래에 닿고, 잇몸이 가슴 위쪽을 누르게 훑듯이 물리세요. 아기가 혀 끓는 소리를 내면 엄마 젖과 밀착이 잘 안 됐다는 뜻이에요.”

 11일 오후 2시 서울 역삼동 강남차병원 3층의 산후조리원 내 모유 수유실. 나이 지긋한 간호사가 산모 대여섯 명에게 모유를 먹이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아기를 안은 산모들은 아이의 작은 입에 젖을 물렸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요즘 산모들은 비용이 다소 부담돼도 과감하게 산후조리원을 찾는다. 모유 수유법, 이유식 만들기 등 육아의 기초지식을 가르쳐주는 곳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산후 몸조리를 잘해야 평생 고생 안 한다’는 생각에 조리원을 더 선호한다. 몸매 회복을 위한 마사지와 운동 프로그램이 인기다.

 본지가 여성전문병원인 차병원(강남·분당)과 공동으로 11~12일 임신·출산을 경험한 20~40대 여성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10명 중 8명이 ‘산후조리원을 이용 중’이거나 ‘앞으로 이용하겠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체계적인 관리를 받고 싶어서’가 77%로 가장 많았다. 갓난아기를 돌본 지가 오래된 친정엄마보다는 산후조리원이 전문적인 산후 관리를 해줄 거란 기대다.

 이달 초 둘째를 낳은 박희성(34·서울 서초동)씨는 2009년 첫째 아이 출산 때에 이어 이번에도 집 대신 산후조리원을 택했다. 박씨는 “아기 질병 정보나 모유 수유 방법을 배우고, 마사지도 받을 수 있어 도움이 많이 된다”며 “하루 이용료가 호텔 숙박비 정도 되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시댁 식구들이나 외부인의 잦은 방문을 피할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혔다. 남편 외에는 방문이나 면회를 금지하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셋째를 낳고 안양의 한 산후조리원에서 머물고 있는 김모(32)씨는 “시어머니가 조리원에 들어가는 걸 상당히 못마땅해 했지만 남편을 설득해 조리원에 왔다”며 “시어머니가 계신 집보다는 산후조리원이 편하다”고 말했다.

 응답자들은 산후조리원의 가장 큰 문제로는 ‘비용 부담’(40%)을 꼽았다. 막상 이용해보면 서비스에 비해 요금이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드는 곳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한꺼번에 수백만원을 지불하는 서비스 상품인데도 ‘제대로 된 시설 및 전문 관리인 부족’(25%), ‘가격과 시설에 대한 정보 부족’(18%)도 문제로 꼽았다. 10월 말 출산을 앞둔 박민영(29·경기도 김포시)씨는 “믿을 만한 업체 정보를 얻기가 어려워 인터넷에 올라 있는 이용 경험담이나 입소문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취재팀=신성식 선임기자, 박수련·박유미·배지영·장치선·권선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