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김치·인삼 넣어 중국 음식 만들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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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전생씨(左)가 대상 수상작인 ‘안심 엔다이브 쌈’을 내보이고 있다. 직장 동료인 이국영씨(右)는 ‘소고기 인삼탕’으로 은메달을 받았다.

"갈 때만 해도 (대상을 받으리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어요. 중식(中食)이라면 중화권이 워낙 세니까. 그런데 한 심사위원이 제 요리를 심사하던 중 동료에게 '이 요리는 꼭 한 번 먹어보고 싶다'고 말하는 거예요. '어, 이것봐라' 싶더군요."

서울 여의도 63빌딩 내 중식당 '백리향'의 부조리장 왕전생(36)씨가 10~15일 열린 '2005 홍콩 국제요리경연대회'에 출전해 대상을 받았다. 1시간 내에 4인분 요리를 만들어야 하는 '중식(中食) 현장요리' 부문에서 홍콩.중국.대만 등지에서 온 쟁쟁한 요리사 51명과 겨뤄 금메달(40점 만점에 36점 이상)을 받은 것이다. 그 중에는 대만의 대통령 연회를 전담하는 요리장도 있었다. 다른 두 명도 금메달을 받았으나 그가 최고점을 기록, 대상까지 받았다. 올해로 11회째인 이 대회에서 국내 요리사가 정식 요리 부문에서 대상을 받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수상작은 소고기 안심과 야채를 한국식 퓨전요리로 재해석한 '안심 엔다이브(꽃상추 류) 쌈'.

"대회 두 달 전부터 연습했어요. (소고기) 몇 박스는 버렸을 거예요. 한국 대표니까 한국 재료를 돋보이게 한다는 기본 컨셉트를 세워놓고 이런저런 시도를 해봤어요. "

그렇게 해서 만든 게 백년초를 갈아 갈비소스와 혼합해 만든 소스. 레몬을 곁들여 새콤달콤하게 만들었다. 김치와 인삼도 재료로 활용했다.

충남 논산 출신의 화교인 그는 서울 연희동 한성화교학교를 졸업한 뒤 대만정치대학에 다니다가 2년 만에 중퇴했다. 이후 동남아 등지에서 관광 가이드를 하다 대만과의 단교 이후 일감이 줄어 잠시 있을 요량으로 지금의 직장에 취업했다. 당시 그는 '요리'의 '요'자도 몰랐다고 한다.

"맨 밑바닥부터 시작했어요. 깎고 썰고, 볶는 것부터…. 그런데 2, 3년 지나고 나니 (요리가) 점점 좋아지더라고요. 센 불이 올라오는 가운데 요리를 볶는 게 멋있게 느껴지고요."

좋은 요리사가 되는 비결을 묻자 그는 "평소 연구와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팁 하나. 그의 수상작을 맛보려면 조금은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정식 메뉴로 넣기 위해) 준비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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