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상무 “K-리그 잔여경기 보이콧”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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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K-리그 그룹B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항서 상주 감독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프로축구 K-리그에 참가하고 있는 상주 상무(국군체육부대)를 내년 시즌부터 2부리그로 강제 강등시키겠다는 11일 프로축구연맹의 결정이 일파만파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다음 시즌 상무는 2부리그에 참가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당장 16일로 예정돼 있던 K-리그 대구 FC와의 경기부터 올 시즌 남은 일정을 보이콧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방부는 배구단처럼 축구단도 프로리그에서 제외시켜 아마추어 대회에만 출전시키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이재철 상주 상무 단장은 12일 서울로 올라가 국방부 관계자와 회의를 했다. 회의를 마친 뒤 이 단장은 “상주 입장에서는 지난 2년간 많은 노력을 했다. 2부리그에서라도 상무와 계약을 하려고 했지만 국방부 입장이 워낙 완고했다”고 전했다. 그는 “국방부 측에서는 2부리그에 내려갈 경우 선수단에 동기부여를 하는 것이 힘들다고 봤다. 지난해 승부조작으로 고생했기 때문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국군체육부대 관계자는 “잔여경기 보이콧 가능성을 상부에 보고한 것은 맞다. 그러나 결정 난 것은 아니다”며 “국방부 장관의 재가를 받아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만약 상주가 남은 경기를 보이콧하면 제재금(3000만원 이상)을 내야 하고 전 경기가 0-2 패배로 처리된다.

상무에 남아 있는 25명 선수단과 박항서 감독은 충격에 빠졌다. 박 감독과 공격수 김재성(29)은 12일 서울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열린 K-리그 2012 그룹B(9∼16위 간 경기)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박 감독은 “후반기 리그를 앞두고 김현수 국군체육부대장이 10위를 목표로 열심히 하라고 했다. 힘들게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하고 있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이어 “시즌 14경기가 남은 시점에서 꼭 이런 발표를 했어야 하는지 묻고 싶다”고 진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경기 보이콧과 관련해 박 감독은 “아직 부대로부터 지침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경기에 나서는 것도 오해의 소지가 있다. 이겨도 문제고 져도 문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룹B 최고 성적인) 9위를 하면 강제 강등을 철회해 줬으면 좋겠다”고 간곡히 말했다. 김재성도 “(강제 강등)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상무가 한국축구에 기여한 부분이 분명 있다. K-리그에 잔류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프로축구연맹은 손을 쓸 방도가 없다는 입장이다. “아시아축구연맹(AFC) 규정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한 안기헌 사무총장은 “프로 선수들의 경기력 유지에 상무는 꼭 필요한 팀이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우려했다.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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