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자살 급증 OECD 1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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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목숨을 끊는 노인이 크게 늘고 있다. 부끄럽게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본지 취재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통계 자료를 모아(일부 국가는 '2004년 OECD 보고서'참조) 국내 통계청 자료와 비교 분석한 결과 한국의 노인 자살률이 30개 회원국 중 가장 높았다. 2003년 한 해 동안 국내에서 65세 이상 노인 2760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같은 연령대의 노인 10만명당 71명꼴이었다. 반면 미국.호주는 10만명당 10명대였다.

세부적으로 보면 65~74세에선 한국이 룩셈부르크와 함께 30개국 중 최고 수준(10만명당 58명)이었고, 75세 이상(103명)에서도 가장 높았다.

아시아 국가와 비교해도 65세 이상 한국 노인의 자살률은 국제사회에 자살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일본(32명)의 두 배 이상이었다.

더 큰 문제는 그 증가 속도다. 지난 10년 동안 세 배 이상 뛰었다. 특히 2000년과 2003년 사이 10만명당 26명에서 71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증가 추세는 지난해에도 계속된 것으로 보인다. 취재팀이 서울경찰청에 행정정보 공개를 청구해 받아낸 자료에 따르면 서울 지역의 노인 자살자는 2003년 717명에서 지난해 775명으로 늘었다. 2004년도 전국 공식 통계는 올해 말 집계된다.

한국자살예방협회 이홍식 회장은 "이 같은 증가 속도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며 "사회구성원 각자가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고 노인 관련 사회안전을 시급히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석재은 노인복지연구팀장도 급격한 핵가족화와 사회안전망 부재에서 원인을 찾는다.

"노인은 과거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자식들도 자신을 부양할 것으로 기대하고 아무 대비를 하지 않았다. 반면 자녀는 사회에 부양 책임을 돌리려 한다. 하지만 사회 인프라는 아직 바닥 수준이다. 한국 노인은 자녀부양에서 국가부양으로 옮겨가는 시기에 무방비 상태에 놓인 것이다." 석 팀장의 분석이다.

보건복지부의 노인생활실태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노인(3278명) 중 자녀와 함께 사는 비율은 1998년 53.2%에서 지난해 43.5%로 줄었다. 이와 별도로 취재팀이 지난해 서울지역 노인 자살자를 추적 조사한 결과 혼자 사는 노인의 자살률이 부인.자녀와 함께 사는 노인의 세 배에 이르렀다.

탐사기획팀=정선구.정효식.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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