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얼리 엔트리 러쉬, 과연 좋은가

중앙일보

입력

NBA에 얼리 엔트리(조기 진출자)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특히 그 중 대학을 거치지 않는 고등학교 출신 선수가 예년을 훨씬 상회하는 6명이나 포함되어 있고, 각종 매체의 드래프트 예상에서 수위를 차지하고 있다.

◆ 왜 프로를 선택하는가?

프로를 선택하는 데엔 몇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중에서 프로 행을 결심하는 큰 이유는 바로 금전적인 문제이다. 상당수가 흑인 계층으로 구성된 미국 농구 선수의 경우 빈민가를 전전하거나 부유하지 못한 성장 과정을 거친 선수가 많은 편이다. 그들은 생존을 위해 농구공을 잡기 시작하였고, 더 나은 삶을 위해 농구를 했다.

그들에게 있어서 당장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와 수백만 달러의 현금을 손에 질 수 있는 프로 무대에 대한 동경은 불가피할지도 모른다. 바로 이 부분이 프로가 대학에 비해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매리트이다.

이미 리그에 자리를 잡고 큰 활약을 펼치고 있는 고졸 출신 선수의 활약도 조기 진출 희망자에겐 자신의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로 작용할 수 있다. 케빈 가넷, 코비 브라이언트, 트레이시 맥그래디는 주위의 우려와는 달리 이미 리그에서 가장 빛나는 스타로 자리 매김했다.

비단 선수 뿐만 아니라 구단 측의 자세도 조기 진출자를 늘리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케빈 가넷이 드래프트 된 95년 이 후 매년 2-3명 정도의 고졸 선수가 드래프트 되었고, 대학무대에서 검증된 선수 보다는, 선수의 가능성을 보고 모험을 시도하는 경우가 늘어 났다. 선수의 입장에서 자신을 받아 줄 팀이 없다면 조기진출을 쉽게 감행할 수 없을 것이다.

◆ 조기 진출의 문제점

소수의 성공한 조기 진출자와는 달리 조기 진출로 인해, 프로에서 제 몫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것은 기본기를 쌓아야 할 시기에 일찍 프로에 진출해서 출장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자신의 잠재력 마저 잃어 가는데 있다. NBA의 경우는 야구나 축구 같은 종목보다 선수 육성시스템이 부족하다. 2부 리그 격인 CBA의 경우 단지 그들만의 리그일뿐 현격한 수준 차이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많은 경기를 치루며, 경험을 쌓아야 할 나이에 출장 기회를 잡지 못하는 것은 큰 손실이다.

또한, NBA의 근간이 되는 대학 농구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고졸 유망주의 대거 프로 진출은 대학 리그의 질적 수준을 떨어뜨리게 되고 그것은 다시 NBA의 수준 하락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특히 이번 2001 드래프트의 경우 7피트 이상의 고등학교선수는 대부분 NBA 진출을 선언했다. 해가 거듭 될수록 고졸 출신 선수가 늘어남에 따라서 대학 농구는 더욱 흔들릴 것으로 예상된다.

무의미한 가정이지만, 대학 1년을 마치고 프로에 진출한 래리 휴즈나 팀 토마스 같은 선수는 잠재력을 인정받고 10위권 안의 높은 지명을 받았다. 하지만 프로에 와서는 잠재력만을 인정 받을 뿐 드래프트 순위에 따른 주위의 기대를 충족 시키지 못하고 있다. 래리 휴즈가 팀 플레이에서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내는 점이나, 토마스가 수비에서 약점을 보이는 것은 운동 능력이 떨어져서 라기 보다는 기본기에 충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1-2년 정도의 대학 생활이 있었더라면 이런 기본적인 문제는 보완할 수 있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선수들의 인격적인 문제를 들 수 있다. 지난해 마약 복용과 자살 소동으로 큰 파장을 이르켰던 리온 스미스가 대표적인 예이다. 인격적으로 미숙한 나이에 큰 돈을 만질 수 있다는 점에서 스미스는 어린 선수들에 대해서 많은 것을 시사한다 . NBA 스타 그랜트 힐은 대학 4년을 통해 기다림과 참는 법을 배웠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이처럼 경기 외적인 측면에서도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조기 진출이 유행처럼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NBA 자체의 제도 개선이 요구된다. 단지 어린 선수가 가진 장점을 취하기 보다는 앞으로 가져올 미래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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