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부도 44%는 베이비붐 세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2면

올해 부도가 난 자영업자의 44%가 베이비붐 세대로 나타났다.

 금융결제원은 올 들어 8월까지 당좌거래가 정지된 개인사업자 237명을 조사했더니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104명(43.9%)이었다고 11일 밝혔다. 당좌계좌는 은행이 사업자에게 열어주는 전용 계좌로 이 거래가 정지되면 보통 사업체가 부도난 것으로 본다. 지난해 같은 기간엔 당좌거래가 끊긴 255명 중 103명(40.4%)이 베이비붐 세대였다. 2010년 통계청 조사에선 국내 전체 자영업자 셋 중 하나 정도(30.2%)가 베이비붐 세대로 나왔다. 이를 감안하면 유독 이 연령대의 자영업자가 부도를 많이 맞고 있는 셈이다.

  베이비붐 세대의 부도 행렬은 시대 흐름과 연관이 있다. 베이비붐 세대의 맏형은 한국전쟁 폐허 속에서 태어난 1955년생. 이들 중 상당 수가 2010년 정년(55세)을 맞으며 창업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이경희 한국창업연구소장은 “기술도 전문성도 없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주로 숙박·음식점이나 수퍼마켓처럼 진입장벽이 낮은 종목에서 창업하는 이들이 많다”며 “부가가치가 낮은 데다 경쟁이 너무 치열해 살아남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관리 업무에 종사하다 창업한 이들 중에선 실무 감각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들 중 대다수가 퇴직금과 저축 외에 빚을 내서 창업을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가계 대출에서 5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28.1%였다. 2003년(20.4%)보다 8%포인트 가까이 늘었다. 주택구매 외 목적으로 빌린 돈이 56%다. 연체율도 다른 연령대보다 높다. 3월 기준 50대 대출 연체율은 1.42%로 60대(1.16%)나 30대(0.6%)보다 높다.

 현대경제연구원 김광석 선임연구원은 “베이비붐 세대의 창업은 2013~2014년에 절정에 이를 것”이라며 “내수 침체와 소비부진의 악순환으로 중산층 붕괴와 양극화 가속 등 심각한 사회경제 구조적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