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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어떤 영화길래 베니스 영화제 최고상인가 궁금해 달려가 봤더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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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나는 귀가 얇다. 영화에 관한 한 특히 그렇다. 남들이 좋다고 하면 본다. 주변에서 “그 영화 재밌어. 볼 만해”라는 얘기를 들으면 눈으로 확인해야 직성이 풀린다. 그 바람에 시간과 돈 낭비도 좀 했다. 영화평을 챙겨 보는 것은 입소문에 의지하다 낭패 보는 사태를 막기 위한 나름의 자구책이다.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쓴 영화평도 사실 믿을 건 못 된다. 그걸 믿고 영화관에 갔다가 실망한 경우도 적지 않다. 줏대 없는 아마추어 영화 애호가의 비애다.

 도대체 어떤 영화이길래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라는 베니스 영화제에서 최고상을 받았을까.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를 본 건 순전히 호기심 때문이었다. 동네 극장들을 다 뒤져 심야에 무리를 했다. 그 결과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세계적 수준의 영화 전문가들이 작품을 평가하는 기준은 내가 영화를 보는 기준과 확실히 다르다는 것이다.

 고백하건대 ‘피에타’를 보는 것은 스트레스였다. 위액 분비가 늘어난 탓인지 영화를 보는 내내 속이 쓰렸다. 전에 비해 많이 완화됐다고 하지만 김 감독 특유의 잔혹과 엽기 코드는 여전했다. 피도 눈물도 없는 것이 자본주의의 속성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꼭 그렇게 피가 튀고, 살이 찢기고, 뼈가 부서지는 방식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는 것인가. 아내는 계속 얼굴을 돌리며 내 팔을 꼬집었다. 자칫하면 그 성화에 못 이겨 중간에 나올 뻔했다.

 수상 소식 이후 ‘피에타’를 찾는 관객이 크게 늘고 있다고 한다. 그렇더라도 ‘대박’을 터뜨릴 영화는 아니다. 블록버스터 위주로 돌아가는 국내 영화 시장의 구조적 문제도 있지만 영화 자체가 대중적 취향과는 거리가 멀다.

 한국 영화가 제2의 중흥기를 맞았다고 한다. 올 상반기 한국 영화를 본 우리나라 관객수는 4417만 명으로,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34%가 늘었다. 4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만 일곱 편에 달한다. 나로선 솔직히 이해하기 힘들지만 ‘도둑들’은 1300만 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김 감독은 “수직계열화된 극장을 독점해 1000만 관객을 올려봤자 그건 허무한 숫자일 뿐”이라고 반박한다.

 돈이 돈을 버는 자본주의 논리에서 영화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대기업들이 투자와 배급을 쥐고 흔들고 있다. 그걸 탓하기에 앞서 김 감독은 대중에 다가서려는 노력부터 더 해야 한다. ‘피에타’ 정도로는 아직 멀었다. 저예산 독립영화에 대한 대기업과 대중의 관심도 필요하지만 작가주의 감독들도 대중과의 소통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그래야 다양한 영화가 공존할 수 있다. 관객 없는 영화가 무슨 소용인가. 개성과 작품성·흥행성을 고루 갖춘 영화가 많이 나와야 한다. 그래야 나 같은 아마추어 영화 애호가들이 극장을 나오며 투덜대는 일도 줄어들 것이다.

글=배명복 기자
사진=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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