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을 잡아라 … 막 오른 미 대선 본선 레이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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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포트 피어스의 피자 가게를 찾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주인 스콧 반 두저가 번쩍 들어올리고 있다. 반 두저는 키가 1m90㎝로 1m85㎝의 오바마보다 크다. 열성 공화당원이지만 이날 오바마를 보고는 “첫눈에 반했다”고 말했다. 반 두저는 오바마에게 자신의 한 표를 약속했다. 그의 괴력에 깜짝 놀란 오바마는 “이분은 정말 커다란 심장(마음)과 엄청난 가슴 근육의 소유자”라고 말했다. [포트 피어스(플로리다) AP=연합뉴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9월의 승부가 시작됐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민주당 전당대회가 끝나자마자 8일과 9일(현지시간) 이틀간 플로리다에서 버스 투어를 했다.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린 곳을 누빈 셈이다. 밋 롬니는 같은 기간 버지니아로 달려갔다. 버지니아는 11월 대선의 승부를 가를 대표적인 스윙 스테이트(경합주)다. 8월 한 달간 두 차례나 버지니아를 공략했지만 아직도 부족하다고 느꼈는지 전당대회가 끝난 뒤 또 한 번 찾은 것이다.

 미 대선을 8주일 남겨놓고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 등은 오바마와 롬니 두 후보 중 누가 9월의 승부에서 승기를 잡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전당대회를 통해 당 내부 단합대회를 마친 양 캠프가 본격적으로 유세와 TV광고, 토론 대결에 돌입하는 게 9월이다. 특히 주별로 조기투표(일종의 부재자투표)와 우편투표를 실시하는 시기도 9월 말에서 10월 초다.

 9월 승부를 위해 롬니 캠프는 1980년 대선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당시 공화당 후보인 로널드 레이건은 지미 카터에게 맞서 9월 한 달간 집중적으로 경제 실정을 공략해 승기를 잡았다. 반면에 오바마 캠프는 2004년 대선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재선에 나선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민주당 존 케리 후보를 이긴 선거다. 당시 이라크전 실패로 지지율 50%를 밑돌던 부시는 전당대회를 반환점 삼아 TV 광고와 토론 등에서 케리를 앞서 승리했다.

 문제는 적게는 8곳, 많게는 13곳에 이르는 경합주에서 누가 승기를 잡느냐다. 플로리다·버지니아·위스콘신·오하이오·콜로라도·아이오와·네바다·뉴햄프셔 등 8곳이 공통적으로 경합주로 꼽힌다. 이곳에 걸린 선거인단 수만 95명이다. 전체 538명의 선거인단 중 과반인 270명을 확보하기만 하면 승리하는 미 대선에서 경합주의 95명은 금싸라기 같은 숫자다. 게다가 나머지 주의 경우 이미 오바마와 롬니 두 후보 중 한쪽으로 기울어 있는 만큼 경합주 승부는 더 중요하다. 선거 막판 TV 광고 등 물량 대결이 경합주에 집중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롬니 캠프는 8월 한 달간 1억1160만 달러를 모았다고 10일 발표했다. 6월부터 세 달 연속 1억 달러를 넘겼다. 이에 뒤질세라 오바마 캠프도 1억1400만 달러를 모았다고 트위터를 통해 주장했다. 경합주 같은 격전지의 경우 TV 광고를 얼마나 쏟아붓느냐에 따라 여론이 뒤바뀌곤 한다.

 미 대선의 또 다른 승부처는 토론이다. 이번에는 첫 토론이 10월 3일 덴버에서 열린다. 작은 말실수 하나가 판세를 뒤엎는 게 토론인 만큼 9월 한 달간 얼마나 준비하느냐에 따라 토론 승부도 갈린다. 벌써부터 오바마는 2004년 당의 대선 후보였던 존 케리 상원의원을 스파링 파트너로 삼아 맹연습을 하고 있다. 롬니는 당 내에서 말을 가장 잘하는 롭 포트먼 상원의원에게 오바마 역할을 맡겨 가상 대결을 하고 있다.

◆경합주(swing state)

후보 어느 한편을 일방적으로 지지하지 않고 그네 타는 것(swing)처럼 왔다 갔다 하는 주. 미 대선에선 대개 버지니아(선거인단 수 13명)·플로리다(29명)·미시간(16명)·오하이오(18명) 등 13개 주를 가리킨다. 선거인단에 의한 간접선거로 치러지는 미 대선은 각 주에서 과반수를 얻거나 더 많은 표를 얻은 후보가 그 주의 선거인단을 모두 차지하는 ‘승자 독식’(winner-take-all)이 특징이다. 그 때문에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율이 엇비슷한 경합주에서 이기는 게 대선 승리의 분수령이 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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