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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보호무역주의를 경계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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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스콧 와이트먼
주한 영국 대사

자메이카 육상선수 우사인 볼트와 삼성TV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언뜻 보기에는 큰 공통점이 없어 보이지만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수출품’이란 공통점이 있다. 볼트와 삼성은 모두 세계적인 브랜드다. 지난 런던 올림픽에서 볼트는 두 개의 금메달을 획득했으며, 삼성은 올림픽의 대표 스폰서로 대회의 성공에 큰 공헌을 했다.

 이들의 성공은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다. 본인들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세계적으로 사람과 돈의 흐름이 자유롭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자유로운 교류가 종종 당연하게 생각되지만 항상 그렇지만은 않다.

 1948년 런던에서 두 번째로 열렸던 올림픽과 비교해 보면 분명해진다. 당시 종전 직후였던 영국은 배급으로 연명했다. 전 세계 국제무역 규모는 오늘날의 300분의 1도 채 안 되는 수준이었고 전후 자유무역의 부재와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경기장 건설을 위한 건축 자재는 턱없이 비쌌다.

 당시 선수들은 하나의 사물함을 반으로 나눠 써야 했다. 국제금융이 충분히 존재하지 않았던 전후 영국이 선수들에게 제공할 수 있었던 것은 거울과 물병에 불과했다. 선수들은 먹을 음식을 직접 준비해야 했다.

 그 이후 영국과 한국 모두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오늘날 한국과 영국은 각각 세계에서 경제 규모 12위와 7위의 경제대국으로 자리잡았다. 이러한 경제적 번영은 자유로운 국제무역 환경을 통해 이뤄질 수 있었다. 자유무역을 통해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넓어졌고 저렴한 가격에 물건들을 구입할 수 있게 된 것은 물론 생활수준도 크게 향상됐다.

 이 모든 것이 우리가 보호무역주의를 견제하고 자유무역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다. 지난해 12월에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에서는 도하 개발 라운드 무역자유협상이 결렬됐다. 하지만 우리는 WTO의 원칙에 입각해 자유화를 이룰 수 있도록 새롭고 혁신적인 대안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지속적으로 주요 파트너들과 FTA를 추진해 나가야 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필요하다. 이는 또 지난해 7월 세계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큰 한-EU FTA가 체결된 이유이기도 하다.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도 FTA를 통해 양국 모두 일자리가 창출되고 있다. 영국 세관에 따르면 한-EU FTA가 체결된 첫 해 동안 한국의 대(對)영국 수출이 24% 증가했고, 석유제품을 제외한 영국의 한국 수출은 15% 늘었다. 올해 한국의 주요 경제연구기관들은 한-EU FTA로 2만5000개 이상의 일자리가 새로 생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보호무역주의에 반대한다는 것은 영국과 한국이 자유무역협정의 좋은 예로 남을 수 있도록 선도해야 함을 의미한다. 영국 정부는 외국 투자자들이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고, 또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영국의 법인세는 주요 7개국(G7) 중 가장 낮다. 이 때문에 영국은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선호되는 외국인 직접투자(FDI) 유치국’이 됐다.

 한국 역시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FDI 유치를 위해 경쟁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국가경쟁력이 19위로 격상했다고 한다. 이러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이고 투명하며 객관적인 무역 규제를 통해 외국 기업들이 기존의 투자를 지속하게 만들어야 한다. 나아가 중국이나 베트남보다는 한국을 투자처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로써 한국의 일자리도 늘어날 수 있을 것이다.

 경제발전의 미래에 대해 논의할 때 번영을 저해하는 단기적인 해결책을 취하기보다 진정으로 경제성장에 도움이 되는 해결책이 무엇인지 먼저 생각해야 한다.

스콧 와이트먼 주한 영국 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