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변호인’ 클린턴 “오바마 지지, 그건 산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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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밤(현지시간) 미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지지연설을 마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과 마주보고 인사하고 있다. [샬럿 AP=연합뉴스]

빌 클린턴(66) 전 대통령이 지지 연설을 끝내자 버락 오바마(51) 대통령이 무대 뒤에서 깜짝 등장했다.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다. 그러곤 진한 포옹을 나눴다. 15세 차이의 민주당 전·현직 대통령의 포옹을 지켜본 지지자들은 “4년 더”를 외치며 오래도록 기립박수를 보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타임워너 케이블 아레나에서 5일 밤(현지시간) 열린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둘째 날 모습이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연설은 기립박수의 연속이었다. 1992년 대선에서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라는 슬로건으로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을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한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날 “그건 산수야(It’s arithmetic)”라는 말을 유행시켰다. 그는 “1961년 이래 공화당 대통령이 28년, 민주당 대통령이 24년 통치했다”며 “이 기간 중 6600만 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졌는데 공화당 대통령이 2400만 개, 민주당 대통령은 4200만 개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 자동차산업 구조조정을 통해 25만 개의 일자리를 오바마가 만드는 동안 그 계획에 반대한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만든 일자리는 0개”라고 했다. 그런 뒤 “오바마를 지지해야 하는 건 바로 산수”라고 강조했다.

 48분간 연설하는 동안 클린턴 전 대통령은 오바마의 변호인이었고, 참모였고, 친구였다. 그는 “93년 내가 취임할 때도 경제가 안 좋았지만 오바마는 나보다 훨씬 어려운 경제를 넘겨받았다. 나는 그의 처방을 믿는다”고 변호했다. 특히 “오바마는 상처받은 경제에 숨을 불어넣었다”며 “우리 민주당은 싸우기보다 서로 힘을 합쳐 미국의 문제를 풀고자 노력한다”고 역설했다. “힐러리의 사람을 기용했을 뿐 아니라 힐러리까지 기용한 게 바로 오바마”라고도 했다.

 공화당 전당대회와 관련, “오바마의 재선을 반대하는 공화당의 논리는 단순하다”며 “‘우리(공화당)가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 걸 그(오바마 대통령)가 아직 치우지 않았으니 그를 해고하고 우리가 다시 그 자리를 차지하자’는 게 그들의 논리”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승자 독식의 사회를 원한다면 공화당 후보를 지지하고, 함께 사는 사회를 원한다면 버락 오바마와 조 바이든(부통령)에게 투표하라”고 말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 워싱턴포스트는 “정치학을 배우는 학생들에겐 최고의 교과서”라고 찬사를 보냈고, 보수 성향의 폭스뉴스조차 “클린턴은 유죄인 사람을 훌륭하게 변호했다”고 평가했다.

 클린턴의 연설 뒤 이어진 대의원 현장 투표에서 민주당은 오바마를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했다. 오바마는 6일 밤 후보 수락 연설을 할 예정이다. 하지만 오바마의 야외 연설계획은 무산됐다. 천둥번개가 친다는 기상예보에 따라 민주당은 마지막 날 행사도 뱅크오브아메리카 야외 경기장 대신 타임워너 케이블 아레나에서 그대로 열기로 했다.

 한편 민주당은 전날 통과된 정강·정책에 ‘하나님(God)’이란 단어가 빠져 논란이 일자 이날 행사에서 즉석 대의원 대회를 열어 해당 단어를 추가한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또 ‘예루살렘이 이스라엘의 수도’라는 표현도 집어넣었다. 구 정강에 있던 상징적인 표현이 이번에 빠진 데 대해 유대계 미국인들 사이에서 반발이 일자 뒤늦게 수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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