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적십자 새 수장, 지사 환대 못 받는 까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충북도와 대한적십자사 충북지사의 갈등이 노골화하고 있다. 관행을 깨고 도지사 추천후보를 회장으로 선출하지 않은 적십자사 충북지사에 대해 충북도가 강력 대응에 나섰기 때문이다.

충북도는 4일 열릴 예정인 충북지사 신임 성영용(65) 회장의 취임식에 이시종 도지사가 참석하지 않는다고 3일 밝혔다. 이 지사는 충북적십자사 명예회장이다. 이 지사는 성 회장 취임식 대신 이날 오후 2013 충주세계조정선수권대회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 국회에서 열리는 국제 경기대회 지원특별위원회에 참석한다. 박경국 행정부지사도 취임식이 열리는 시간 내년도 주요 업무계획 보고회를 주관한다. 적십자사 상임위원인 김영용 행정국장 역시 내부 회의를 이유로 불참결정을 내렸다. 결국 명예회장 등 충북도 고위 관계자가 불참한 가운데 회장 취임식이 열리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충북도에선 도지사와 고위 관계자들이 다른 일정 때문에 불참한다고 밝혔지만, 최근 벌어진 회장 선출 과정에서의 불만을 우회 표출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적십자사가 오랜 관행을 깨고 도지사 추천 후보를 탈락시킨 것을 두고 ‘이시종 지사 흔들기’로 판단한 도가 강한 경고성 메시지를 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충북도는 지난달 28일 대한적십자사가 성 회장을 인준하자 다음날인 29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적십자사가 수십년간 이어온 도와의 약속을 외면하고 일방적으로 회장을 인준했다”며 “이 과정에서 적십자사 중앙회에 정치적 외압이 작용한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박경국 행정부지사를 통해 공개 비판했다. 충북도 고위 관계자는 “회장 선출 과정은 도가 적십자사에 뒤통수를 얻어맞은 격인데 취임식에 참석할 필요가 있느냐”고 불편한 심기를 표현했다. 이로 인해 앞으로 충북도와 적십자사 간 불편한 관계가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신임 성 회장은 지난달 31일 이 지사를 방문할 계획이었지만 이 지사의 태풍 피해 현장 방문으로 무산됐다. 적십자사 충북지사 고위 관계자는 “도와 대립하는 모양새가 계속돼서는 안 된다는 게 공식 입장”이라며 “취임식 후 신임 회장과 사무처장을 중심으로 도와의 관계 개선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충북도는 지난 6월 적십자사의 요청에 따라 남기창(72) 전 청주대 교수를 회장 후보로 추천했으나 충북지사는 지난달 9일 상임위원회를 열고 경선을 시행, 성 회장을 신임회장 후보로 선출했다. 논란이 일자 충북도와 적십자사는 ‘제3의 인물’을 회장으로 뽑는 방안을 협의했고 남 전 교수는 “회장직에 연연하지 않겠다”며 지난달 27일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적십자사는 다음날인 28일 성 회장을 인준했다.

적십자 충북지사 회장 선출 일지

5월 적십자, 도지사에 회장 추천 요청
6월 4일 이 지사, 남기창 전 교수 추천
7월 11일 대한적십자사, 남 전 교수 사전 인준
8월 9일 적십자사 충북지사, 경선 통해 성경용씨 회장 선출
8월 13일 도, 적십자사에 절차상 하자 제기
8월 27일 남기창 전 교수, 후보 용퇴 결정
8월 28일 대한적십자사, 성경용 회장 인준
8월 29일 도 “정치적 외압 의심” 공식 발표
9월 4일 성경용 신임 회장 취임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