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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쇼핑 유랑기 ② 공유경제

중앙일보

입력

‘공유경제’라는 말이 있다. 나의 물건·공간·지식·경험 등을 타인과 나누어 쓰는 경제 행위를 뜻한다. 다른 말로 ‘협력적 소비’라고도 한다. 과소비를 줄이고 환경도 함께 생각하자는, ‘아나바다’의 진화형인 셈이다. 지난해 미국 타임지의 ‘세상을 변화시키는 10대 아이디어’ 중 하나로 선정된 공유경제는 불황에 힘입어 새로운 소비 대안으로 떠올랐다. 우리나라에서도 1~2년 새 다양한 모델이 속속생겨나고 있다. 그 중 ‘열린옷장(thecloset.mizhost.net)’ ‘국민도서관 책꽂이(www.bookoob.co.kr)’ ‘키플(www.kiple.net)’은 주부들이 알아두면 좋은 사이트다.

열린옷장 취업포털 ‘인크루트’의 설문에 따르면 현재 100만 명의 취업자가 22분간 진행되는 2.8회의 면접을 위해 35만7000원의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정장을 잘 입지 않는 선배들이 주머니 가벼운 후배들을 위해 옷장 문을 열기 시작했다. 인터넷 사이트 ‘열린옷장’을 통해서다. 기증자가 ‘열린옷장’에 주소와 연락처를 남기면 운영자들이 정장을 담을 빈박스를 보내준다. 그 박스에 잘 입지 않는 정장과 함께 대여자에게 힘이 될 메시지를 적어 보내면 기증자의 할 일은 끝이다. 이렇게 보내진 옷들이 세탁·수선 과정을 거쳐 홈페이지에 등록되는 것이다. 대여를 희망하는 청년 구직자들은 해당 사이트에서 일반 쇼핑몰처럼 제품을 고르고 결제를 진행 할 수 있다. 상·하의를 포함한 면접 정장대여비는 2만원 내외다.

 ‘열린옷장’ 이용 현황에서 눈에 띄는 건 대여자의 증가 수보다 기증자의 증가 폭이 훨씬 더 높다는 것이다. 불경기에 경제 사정은 얼어붙었을지언정 마음만은 아직 따뜻하다는 증거다. 이달 9일까지 서울역 갤러리아 백화점에서 진행하는 기증 행사를 비롯해 여러 기업체에서도 기증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어, 하반기 공채 시즌 전까지 400벌 이상의 정장을 보유해 두는 것이 ‘열린옷장’의 목표다. 격식 있는 정장을 잘 입지 않는 사회인부터 육아를 위해 장기간 휴직 중인 주부들까지. 청년 구직자를 위해 옷장을 열고 마음을 나눠 보는 것은 어떨까.

국민도서관 책꽂이 서재를 공유 할 수도 있다. ‘국민도서관 책꽂이’는 자신이 갖고 있는 책을 제 3의 공간에 모아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 돌려볼 수 있도록 만든 온라인 도서관이다. 다독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것은 물론 책이 차지하는 공간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어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겐 유용한 서비스다. 인터넷만 된다면 군부대와 같이 도서관이 없는 지역에서도 다량의 책을 빌려볼 수 있다. 운이 좋으면 품절돼서 애태웠던 책도 구할 수 있다. 자신이 내 놓은 책은 원할 때 다시 돌려받을 수도 있다. 지난해 10월 2000여 종의 책으로 시작한 ‘국민도서관 책꽂이’는 올 9월 현재 1만5000여 종의 책으로 권 수를 늘려가고 있다.

 사이트 회원가입과 동시에 가상화폐 ‘믹스넛’ 9만개를 얻을 수 있다. 대여를 희망하는 사람은 소유한 믹스넛의 범위 안에서 최대 25권의 도서를 빌려볼 수 있다. 대여 기간은 2달이다. 도서를 대여하고 반납할 때의 택배비는 따로 지불해야 하는데, 1~5권은 5000원, 6~15권은 6000원, 16~25권은 7000원이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홈페이지에 방문해 ‘반납하기’를 클릭하면 신청 1~2일 후에 택배기사가 방문해 찾아간다. 이때 자신이 소장하고 있던 책을 함께 넣어 보내면 ‘국민도서관 책꽂이’의 보유 장서를 늘릴 수 있다. 장르에 따른 구분 외에도 ‘유아(0~3세)’ ‘아동(4~7세)’ ‘초등 1~3학년’ ‘초등 4~6학년’ ‘청소년’ 등의 분류도 있어 아이의 나이에 맞는 책을 골라 보기에도 좋다.

키플 아이들은 자라지만 옷은 자라지 않는다. 하루가 다르게 쑥쑥 크는 아이들의 성장 속도에 엄마들의 고민도 쑥쑥 자란다. 작아진 옷을 처리하는 데도 만만치 않은 수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출산율(2011년 기준) 1.244명으로는 둘째에게 옷을 물려주기도 쉽지 않은 일. 물려줄 지인도 없다면 대부분의 옷은 헌 옷 수거함으로 들어가고 만다.

 ‘키플’은 엄마들의 이러한 안타까움을 덜어주고자 만들진 인터넷 사이트다. 못 입는 옷을 기부하고 심리적 만족감을 얻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닌, 내가 기여한 만큼 내 아이에게도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 포인트다. 과정은 간단하다. 일단 작아진 아이의 옷을 하나의 상자에 모아 착불 택배를 이용해 ‘키플’에 보낸다. 상자를 받은 운영진들은 옷의 종류, 입은 정도의 품질, 브랜드, 트렌드 등의 평가지수에 따라 나눔에 적합한 옷인지를 평가하고, 이후 다림질, 수선, 사진촬영, 등록의 과정을 걸쳐 홈페이지에 판매 창을 띄운다. 운영진의 평가 결과에 따라 기증자에게는 ‘키플머니’가 돌아간다. 이는 동일한 과정을 거친 타인의 물건을 결제할 때 사용할 수 있는 가상 화폐다. 물품을 제공했거나 유료 회원으로 등록한 정회원은 결제 금액의 50%까지 키플머니로 결제 할 수 있고, 나 눌 물품이 없는 일반회원은 현금을 지불해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이 같은 현금 결제 분은 물품수거 택배비, 보관비, 서비스 운영비 등으로 사용된다. 서비스 시작 6개월 만에 약 2200명의 회원이 5000여 건의 물품을 등록했을 정도로 엄마들 사이에선 이미 입 소문을 탔다.

<한다혜 기자 blus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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