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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면 괴한 15명, 출근길 근로자 집단폭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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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27일 오전 ㈜동부 정문 앞에서 복면을 쓴 괴한들이 직원들을 폭행한 뒤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 ㈜동부]

27일 오전 5시40분쯤 울산시 남구 여천동 석유제품 설비 업체인 ㈜동부 정문 앞. 검은색과 회색·붉은색 복면을 쓴 괴한 15명이 정문 앞으로 몰려왔다. 이른 시간이었지만 이 회사 직원 상당수는 출근하기 위해 막 정문을 통과하려던 순간이었다. 괴한들은 회사 직원 10여 명에게 달려들어 주먹으로 마구 때렸다. 일부 직원은 넘어뜨려 발로 짓밟았다. 정문 앞에 있던 철제 의자를 들고 넘어진 직원을 내려치기도 했다. 괴한들은 2분 동안 폭력을 휘두른 뒤 그대로 달아났다.

 괴한들의 집단폭행으로 이 회사 직원 10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김모(59)씨와 이모(60)씨 등 간부 직원 6명은 코뼈와 갈비뼈가 부러지고 척추를 다쳤다. 나머지 4명의 직원도 얼굴과 다리 등에 타박상 등을 입었다. 김재홍(63) ㈜동부 대표이사는 “출근길에 회사 정문에 복면을 한 사람이 나타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경우”라며 “직원들이 크게 놀라 피할 엄두도 못 낸 것 같다”고 말했다.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한 울산 남부경찰서는 폭행에 가담한 김모(35)씨를 검거해 조사 중이다. 경찰조사 결과 김씨는 민주노총 울산건설플랜트노조의 노조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경찰에서 “이 회사에서 한국노총 소속과 국민노총 소속 노조원들에게만 일감을 줘 화가 나 폭행 무리에 가담했지만 구경만 했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폭력을 휘두르고 달아난 다른 괴한 14명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나머지 괴한 모두 민주노총 플랜트 노조 조합원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 사건 당일 회사 정문 인근에서 민주노총 울산플랜트 노조원 300여 명이 집회를 위해 모여 있었고, 괴한들이 노조원 무리에서 뛰어나왔다는 목격자의 진술이 잇따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조만간 폭행에 가담한 나머지 괴한을 검거, 혐의가 드러날 경우 모두 사법 처리키로 했다.

울산=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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