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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네이티브’… 제2의 벤처 붐 이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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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올 2월 애플리케이션 개발사 모바일유틸리티를 창업한 김태형(32) 대표는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했다. 컴퓨터를 따로 배운 적은 없지만 프로그래밍엔 일가견이 있다. ‘미래는 컴퓨터의 시대’라 믿던 아버지 덕에 초등학생 때부터 프로그래밍을 배워서다. 대학생 시절 소프트웨어 개발에 관심이 많았으나 창업할 생각은 없었다. 수백 명이 몇 년에 걸쳐 개발하는 고(高)사양 PC형 제품이 주를 이루는 시장에서 서너 명이 창업해선 경쟁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한데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던 그가 휴학계를 던지고 창업에 뛰어든 건 그래서다.

 얼리어답터(남들보다 먼저 신제품을 사서 써보는 사람)였던 아버지 덕에 어려서부터 프로그래밍을 배워 12살 때 실시간 메신저 프로그램을 만들었던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한국에도 저커버그 같은 창업가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들은 2000년대 초 닷컴 버블 붕괴 이후 가라앉은 벤처업계에 제2의 붐을 지피고 있다.

실제로 벤처기업협회 조사 결과 올 상반기 국내 벤처기업 수는 2만7000여 개. 2년여 새 1만 개가 늘었다. 2009년 말 아이폰 출시 이후 급속도로 퍼진 스마트폰이 계기다. 스마트폰은 어려서부터 인터넷과 PC를 통해 정보기술(IT)을 접하고 자라 모국어처럼 쓰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를 창업으로 이끌었다.

 본지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창업 강연인 고벤처포럼으로부터 벤처창업가 103명의 명단을 받아 분석한 결과 창업가들의 평균 나이는 30.7세. 이들이 태어난 해인 1982년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와 경북 구미 한국전자기술연구소 실험실에서 국내 최초의 인터넷 연결이 이뤄졌다. 1994년 초고속인터넷망 상용화와 함께 10대를 맞은 이들은 한국의 디지털 네이티브다.

전공별로는 인문사회과학·경영·예체능·순수과학·법학 같은 비공학 전공자가 절반에 달했다. 고벤처포럼 고영하(60) 회장은 “과거엔 컴퓨터를 비롯한 공학 전공자가 주를 이룬 것과 대조적”이라고 말했다.

 창업 아이템도 바뀌고 있다. 닷컴시대 창업가들은 검색 엔진이나 게임을 창업 아이템으로 삼았다면, 신벤처세대는 복잡한 기술보다 아이디어로 승부를 건다. 식당이나 미용실 같은 지역 상점 상품을 공동구매 형태로 파는 대신 가격을 깎아주는 ‘티켓몬스터’나 하루에 한 명씩 데이트 상대를 소개해 주는 온라인 데이트 서비스 ‘이음’이 대표적이다.

이철규(55) 창업학회장(건국대 벤처전문기술학)은 “기술 기반 창업이 주를 이루던 시대와는 창업 지원도 달라야 한다”며 “아이디어 중심으로 기업을 평가하고 창업자에게 적절한 개발자를 소개해 주는 중계 시스템 같은 새로운 형태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디지털 네이티브 디지털 기술을 모국어처럼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세대를 뜻한다. PC가 대중화된 1980년대와 인터넷과 휴대전화가 일반화된 1990년대에 성장기를 보내 과거 세대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소통한다. 경영학자이자 미래학자인 돈 탭스콧이 정립한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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