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도전 1000곡' 전연령층에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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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방 문화가 자리잡은지 어언 10년이 넘었다. 노래를 즐기는 풍속도가 바뀐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요즘엔 가사를 외워 부르는 사람을 만나기가 매우 어렵다.

그렇다면 가수들은 어떨까. 이런 의문이 든다면 SBS '도전 1000곡' (일 오전 8시50분.사진) 을 보면 된다.

노래방 기계를 이용해 노래 실력을 겨루는 프로그램인 '도전…' 은 지난해 10월 22일 첫 방송을 시작한 뒤 잔잔한 인기를 끌고 있다.

다른 오락 프로그램처럼 카메라가 현란하게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인기 절정의 신세대 스타들이 출연하는 것도 아닌데 최근 시청률이 일요일 아침 프로로는 드물게 10%를 웃돌고 있다. 10~50대까지 전 연령층이 즐기는 것도 특이하다.

제작 방식과 게임 규칙은 단순하다. 야외촬영 없이 모두 스튜디오 녹화로 제작된다.

매회 7명의 출연자가 나와 노래방 기계에 번호를 입력하고 노래를 부르는게 유일한 게임 규칙. 단 가사는 나오지 않는다. 실제 노래방의 기계에는 9천여곡이 담겨있지만 이 게임에 사용되는 노래는 1천곡이며 노래 번호는 매번 바뀐다.

지극히 단순한 구성인데도 인기를 끄는 이유를 의외성에서 찾을 수 있다. 가사를 많이 알 것 같은 김수희.김국환.최진희.편승엽 등도 첫 도전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가사를 두 번만 놓치면 어김없이 탈락이다.

그러다보니 출연자를 섭외하는 일이 가장 힘든다. 중.장년층과 젊은층 연예인을 골고루 섭외하는 것은 기본이고 연예계 관계자들을 통해 실제로 노래를 많이 아는 사람들을 찾기도 한다.

개그맨 이혁재.박수림.송은희, 슈퍼모델 이종희, 탤런트 윤기원 등이 이 프로를 통해 노래 실력을 인정받은 연예인들이다.

이동규PD는 "섭외 요청을 하면 연예인들이 의외로 진지하게 반응한다. 현숙.송대관씨는 몇 달 전에 섭외를 했는데도 '노래를 더 많이 외우고 가야된다' 며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고 말했다.

이렇듯 연예인들의 진지하고 당황해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이 프로그램의 재미 중 하나다. 또 정수라.김창남.서수남.노사연 등 평소에 보기 힘들었던 연예인들이 출연해 옛노래를 불러 향수를 자극하는 것 또한 인기비결이다.

최근 여러 오락 프로그램이 가학성과 선정성 등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도전 1000곡' 은 '무공해' 를 내세우면서도 시청률면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어 앞으로 국내 오락프로그램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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