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담회 본지기자 단독청취]

중앙일보

입력

16일 정.재계 간담회는 문을 걸어 잠근 채 비공개로 진행됐다. 30대 그룹 구조조정 본부장들이 현장의 애로사항을 전달하는 것으로 회의는 시작됐다. 2시간30분 가량 계속된 회의 발언 내용을 본지 기자가 단독으로 청취했다.

금호 오남수 부사장 : 구조조정을 위해 자산을 팔려 해도 투기억제를 위한 세제가 여전히 남아 있어 애로를 겪고 있다. 생보사의 부동산 투자를 자산의 15%로 묶는 것도 문제다.

이근영 금감위원장 : 부동산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는 값을 덜 받더라도 빨리 처분하는 게 오히려 이익일지 모른다. 생보사의 자산취득 15% 제한은 세계적인 추세다.

LG경제연구원 이윤호 원장 : 정부가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을 고려해야 한다. 최근 경제는 뚜렷한 회복움직임이 없다. 그런데도 1분기 재정흑자가 난 것은 그만큼 재정의 신축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코오롱 김주성 사장 : 현재 남아 있는 기업들이 앞으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사업을 확대하는 게 필요하다. 부채비율 2백% 문제 등에 대한 기업들의 건의를 전향적으로 받아들여 달라.

두산 이재경 부사장 : 두산도 핵심산업을 식음료 등 소비재에서 한국중공업 인수 후 산업재로 바꾸고 있다. 기존 핵심분야를 강화하거나 핵심산업을 전환하려는 경우에는 출자총액 제한의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

진념 부총리 : 생각해볼 필요 있다. 철저히 구조조정을 하는 기업이 미리 투자하겠다는데 손발 꼭꼭 묶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남기 공정거래위원장 : 이익을 못내면서 차입을 통해 비관련 부문에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구조조정 출자를 한도 적용에서 제외하려면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둘 필요가 없다. 재계가 건의한 아홉가지 예외조항 확대에 대해 심도있게 검토하겠다.

장재식 산자부장관 : 기업들의 현지금융 보증요건 완화사항은 김대중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현지법인별 한도에서 모기업 총액한도로 확대하려고 하고 있다.

한화 김연배 사장 : 부채비율 2백% 기준은 충분한 역할을 한 것 같다. 이젠 정상적으로 돌아가야 할 때다. 부채비율을 '약정기준' 으로 계산하지 말고 '기업회계기준' 으로 적용해 달라. 기업으로선 일일이 '약정기준' 으로 전환해야 하니 일이 많다.

李금감위원장 : 기업 회계기준을 적용하자는 데 대해선 같은 생각이다. 그런 방향으로 충분히 검토하겠다. 기업의 부채비율은 아직 높은 수준인 만큼 현재로선 2백% 기준을 유지하고, 중장기 과제로 검토해야 한다.

포항제철 최광웅 전무 : 민영화 시책 때문에 자기 주식을 15% 보유하고 있는데 지난 3월 30대 그룹으로 지정되면서 출자총액 한도문제가 생겼다. 초과분이 3천억원이다. 출자한도 제한의 목적은 기업의 무분별한 확장을 막기 위한 것 아닌가.

李금감위원장 : 충분히 이해한다. 중장기 과제로 검토해야 할 사안이다.

쌍용 강복수 부사장 : 쌍용양회는 쌍용그룹의 모기업이다. 관련계열사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증자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총액제한에 묶여 어떻게 해소할지 고민스러운 상황이다.

陳부총리 : 출자총액한도는 1999년 12월에 재계와 합의해 재도입된 것으로 알고 있다.

손병두 전경련부회장 : 당시에도 강력히 반대했다. 그런데 대통령께서 '일단 도입하되 예외를 많이 인정해서 했으면 좋겠다' 고 해서 그렇게 됐다. 당시 공정거래위원장은 '일단 해나가되, 문제 있으면 또 시정해 나가자' 고 얘기했다. 정부는 명분을, 재계는 실리를 얻었던 것이다. 그후 기업현장이 바뀌고 있는데 왜 합의를 어기느냐고 우격다짐으로 해선 곤란하다.

한솔 신현정 전무 : 7대 업종의 경우 공급과잉이 부실의 원인이다. 그런데 노후설비 폐기에 대한 세제지원, 구조조정용 출자의 예외적용 등의 기한이 모두 끝났다. 상시 구조조정을 한다면 시한을 두지 말아야 한다.

陳부총리.張산자부장관 : 일리 있다. 상시 구조조정을 위해 충분히 검토하겠다.

삼성 이학수 사장 : 앞으로 5~10년 후에 어떤 품목으로 세계시장에서 뛸지 대통령 직속이나 경제팀 내에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연구할 것을 건의한다. 또 외국인의 지분이 50%를 넘는 삼성전자의 경우 계열 금융사들의 지분은 의결권이 없다. 외국 투기꾼도 의결권을 행사하는데 경영권이 넘어가지 않도록 국가적 차원에서 신중히 검토해달라.

李공정거래위원장 : 출자총액제한에 대한 건의는 원칙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검토하겠다. 하지만 지난 3년간 계열사 수가 80개 늘고, 순환출자가 17조원에서 50조원대로 늘어난 점은 좋은 모습이 아니다.

陳부총리 : '5+3원칙' 내에서 국민적 신뢰를 얻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재계의 건의를 성실하게 검토해서 답변주겠다.

이상렬 기자i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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