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메이크업 프로젝트 ② 립스틱에도 부는 한류 열풍

중앙일보

입력

루즈 디올 누드 ‘케이-팝 핑크’는 국내 대표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선정한 한국 여성에 가장 잘 어울리는 컬러다.

‘외출 할 때 단 한가지 메이크업을 할 수 있다면 무엇을 선택하겠는가’란 질문에 대해 서구권 국가의 여성들이 마스카라를 선택하는 반면, 대부분의 한국 여성들은 립스틱을 꼽는다고 한다. 특히 중·장년층일수록 입술을 칠하지 않고 외출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 입술색은 오히려 역효과를 내기 십상이다.

 화장품브랜드 디올은 최근 한국인에게 가장 어울리는 립스틱 컬러를 찾아냈다. 올 가을 메이크업 트렌드로 내놓은 ‘누드’ 컨셉트의 10가지 립스틱 중 한가지다. ‘루즈디올 누드’ 컬러들은 베이지에서 핑크, 레드까지 다양하지만 모두 은은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풍긴다.

 디올은 국내 출시 전 김활란·김청경·수경·손대식·박태윤 등 현재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10명에게 이 립스틱들을 보내 한국인에게 가장 어울리는 컬러를 선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10명이 받은 립스틱은 이름이 써 있지 않은 랩 샘플(개발용 제품)이었다. 아티스트들은 이중 한 가지를 골랐고 그 결과 컬러넘버 ‘263번’이 선정됐다.

 김활란 대표는 “10가지 컬러를 늘어 놓았을 때 이 컬러가 눈에 딱 들어왔다”며 “피부색에 가까우면서도 핑크빛과 코랄빛이 가미돼 노란 기운이 있는 한국인 피부에 생기를 주는 색”이라고 평했다. 또한 이 립스틱은 입술 자체의 색이 빛을 받아 빛나게 하는 블러싱 방식으로 만들어져, 발랐을 때 얼굴에 화사한 혈색이 도는 이미지를 만들어 준다.

 디올은 이 립스틱 컬러의 이름을 ‘케이-팝(K-POP) 핑크’라 명명하고 다음달부터 우리나라를 포함해 중국·일본·말레이시아·싱가포르 등 아시아 지역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케이-팝 스타의 스타일과 화장법이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데 착안한 것이다. 글로벌브랜드의 제품에 이렇게 ‘한국’ 관련 이름이 붙어 세계로 진출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디올 코리아 측은 “이 기획은 아시아 총괄부서로부터 의뢰가 들어와 시작하게 된 것”이라며 “우리 또한 케이-팝 스타들의 스타일이 이렇게 주목 받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고 자긍심을 가질 수 있었다”고 밝혔다. 아시아권 이외의 나라에서는 ‘스완’이란 이름으로 유통된다.

 나탈리 포트만이 선정한 립 컬러 169디올의 모델인 나탈리 포트만이 직접 고른 컬러도 인기 조짐을 보인다. 나탈리 포트만은립스틱 개발 과정부터 동참해 자신이 가장 마음에 드는 컬러를 선택하고 여기에 ‘169’라는 이름을 붙였다. ‘169’는 나탈리 포트만이 개인적으로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숫자를 조합한 것이라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립스틱의 수익금은 케냐의 여자 중·고등학교를 세우고 장학기금을 조성하는 사회공헌 활동에 전액 기부된다. 이는 나탈리 포트만이 후원하고 있는 ‘프리 더 칠드런(Free the Children)’ 재단이 운영하는 것이다. 이 립스틱은 디올의 이번 시즌 립스틱 광고에 사용되는 것으로, 디올 측은 다른 립스틱 대비 20%이상 판매율이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사진="디올" 제공>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