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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대선 유권자에게 묻는다] 대통령은 □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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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대학생들이 바라본 대통령의 자격’을 주제로 한 워크숍이 국가경영전략연구원과 중앙일보 주최로 25일 용인 양지파인리조트에서 열렸다. [용인=박종근 기자]

차기 대통령은 □다. 이 네모에 대한민국의 대학생들은 무엇을 써넣을까. 연말 대선을 앞두고 20대 대학생들의 속내를 읽기 위해 국가경영전략연구원(NSI·이사장 강경식, 원장 정동수)과 중앙일보가 24∼25일 용인의 양지파인리조트에서 ‘대학생들이 바라본 대통령의 자격’을 주제로 토론 워크숍을 주최했다. NSI에서 활동하는 국내외 대학생 칼럼단 100명이 참여해 1박2일의 끝장 토론을 거쳐 ‘대통령은 □다’라는 ‘대통령의 자격’ 키워드 100개를 만든 후 전체 투표를 통해 ‘톱 15’을 선정했다.

그 결과 대학생들은 ‘대통령은 을(乙)이다’로 표현되는 대통령의 소통을 강조했다.

강우석(25·한양대 경영학)씨는 “차기 대통령은 수퍼 갑(甲)이라는 의식을 전복시켜 자신을 국민이 고용한 5년 단임의 비정규직으로 여기고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발표했다.

‘대통령은 욕쟁이 할머니의 단골’도 같은 맥락이다. 연원규(25·고려대 경영학)씨는 “비판을 감내하며 국민이 요구하는 다양한 가치를 수용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은 NO라고 말할 베프(베스트 프렌드)가 필요하다’ 역시 직언을 받아들이는 대통령의 자세를 강조했다.

 대학생들은 능력 역시 대통령의 필수 요건으로 제시했다. 국민통합과 적재적소 인사, 위기관리 능력, 미래 비전 등이 거론됐다. ‘대통령은 전국노래자랑이다’를 써낸 김윤정(21·숙명여대 국어국문과)씨는 “지역주의와 이념 대립, 사회적 양극화, 세대 갈등 등 대한민국의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는 화합형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은 테트리스의 고수다’에 대해 김복진(25·고려대 경제학)씨는 “지도자는 본인도 잘해야 하지만 사람도 잘 써야 한다”며 “요철을 맞춰 나가는 테트리스 게임에서처럼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은 골키퍼다’는 닥쳐올 전 세계 경제위기 등에서 실점하지 않을 대통령의 리더십을 강조했다. ‘대통령은 쉼표다’를 발표한 강주희(20·미 칼턴대 역사학)씨는 “차기 대통령은 잠시 멈춰 서서 우리 사회가 지금 어디까지 왔고, 앞으로 어디로 갈지를 고민하는 쉼표 대통령이 돼야 한다”며 대통령의 비전을 부각했다.

 톱15 키워드엔 복지·분배와 성장을 함께 강조하는 시각도 드러났다. ‘대통령은 해를 품은 달이다’에 대해 김준호(25·연세대 경제학)씨는 “복지(해)와 경제(달)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잘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톱15에 들지 않았지만 ‘대통령은 소맥 제조의 달인’ 역시 “소주와 맥주를 섞을 때 맛의 핵심은 비율로, 대통령이 성장과 분배의 균형을 맞춰야 국민도 속이 편하다”(안지혜·22·동덕여대 영문과)였다.

 대학생들은 급박해진 동아시아 외교 상황에 대처할 능력도 주문했다. ‘대통령은 밀당의 고수다’에서 이나영(21·성균관대 경제학)씨는 “연애할 때 상대를 지나치게 밀어내거나 당기면 필패”라며 “동북아 4강과 북한의 변화에 대응할 차기 대통령은 밀고 당기는 완급과 시기를 조절해 국익을 최대화하는 정교한 외교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워크숍에선 톡톡 튀는 키워드도 많았다. ‘대통령은 키 작고 뚱뚱해야 한다’(낮은 자세로 국민을 바라보고, 각계각층의 의견을 가리지 않고 수용해야 한다), ‘대통령은 이별을 잘해야 한다’(친인척·측근을 필요할 땐 내치며 임기 5년을 비리 없이 쿨하게 보내야 한다), ‘대통령은 침대다’(한 침대 메이커의 광고문구처럼 청탁·인연에 흔들리지 않고 소신 있게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대통령은 사람이 아니므니다’(사람이 아니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인사와 정책에서 청렴하고 균형 잡혀야 한다)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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