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155㎞ 태풍 '볼라벤'에 한반도 초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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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 5부두가 26일 북상하고 있는 제15호 태풍 ‘볼라벤(BOLAVEN)’을 피해 대피한 선박들로 가득 차 있다. 부산항만공사는 태풍 볼라벤에 대비해 비상근무 체제에 들어갔다. [부산=송봉근 기자]

제15호 태풍 ‘볼라벤(BOLAVEN)’은 ‘매미’ ‘루사’ 등 2000년대 이후 한반도에 큰 피해를 준 악명 높은 태풍들과 맞먹는 수준의 ‘초강력’ 태풍이다.

 26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일본 오키나와에 접근한 볼라벤의 중심에서는 초속 53m(시속 191㎞)의 강풍이 몰아쳤다. 중심기압은 920hPa(헥토파스칼)을 기록했다. 볼라벤이 접근하면서 오키나와 나하공항의 항공편이 모두 결항했다. 또 자동차도로 통행이 전면 중단됐고 정전 사태도 벌어졌다.

태풍 ‘볼라벤’에 대비하기 위해 26일 목포시 공무원들이 옥암동 금호아파트 유리창에 테이프를 붙이고 있다. [목포=연합뉴스]

 태풍은 중심기압이 낮을수록 세력이 더 크다. 현재 상태라면 볼라벤은 중심기압이 910hPa을 기록했던 2003년 태풍 매미보단 약간 약한 편이다. 하지만 기상청은 볼라벤이 서해 중부해상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28일 오후까지도 중심기압 950hPa을 유지할 걸로 전망하고 있다. 이 수치는 태풍 매미가 남해안에 상륙할 당시의 중심기압과 비슷한 수준이다. 게다가 엄청난 피해를 줬던 1959년 9월의 태풍 사라(952hPa), 87년 7월의 셀마(972hPa), 2002년 8월의 루사(975hPa), 2010년 9월 곤파스(985hPa) 등이 한반도에 상륙할 무렵과 비교하면 세력이 더 강하다. 27~28일 서해 남부와 중부 먼바다를 지날 때까지 중심 최대풍속이 시속 155㎞에 달할 전망이다.

 볼라벤은 앞서 나란히 발생한 제14호 태풍 ‘덴빈(TEMBIN·천칭자리란 뜻)’까지 밀어낼 정도로 강력한 위력을 보였다. 덴빈은 대만 타이베이 남동쪽 510㎞에서 북진 중이었으나 22일 밤 이후 서쪽으로 방향을 바꿔 1000㎞나 떠밀려 갔다. 두 개의 태풍이 1200㎞ 이내로 가까워지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후지와라 효과’가 발생하지만 볼라벤은 워낙 강력해 이동경로가 바뀌지 않았다. 덴빈도 다시 북상을 시작해 30일께 서해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 김태룡 국가태풍센터장은 “올여름 폭염으로 남해·서해 바닷물 수온이 높게 유지되고 있어 볼라벤이 한반도에 접근한 뒤에도 세력이 쉽게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볼라벤이 남해안이나 서해안에 곧바로 상륙하지 않고 서해상으로 북한까지 북상할 것으로 예상되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직접 상륙보다는 상대적으로 피해 규모가 작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각 시·도에서는 태풍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시·도 부단체장들과 영상회의를 열고 “산사태 우려 지역 등 취약지역의 안전상태를 점검하고 필요하면 신속하게 주민을 대피시켜 인명피해가 없도록 전력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따라 교육과학기술부는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등·하교 시간 조정과 휴교를 검토하라는 안내문을 보냈다. 교육청은 각 지역의 태풍 경보 발효 상황에 따라 등교시간 조정과 휴교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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