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중국 현지 기업과 거래 확대하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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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의 해외 진출 전략은 당장 가능한 단기 과제, 그리고 여기서 기본기를 쌓은 뒤 가능한 중·장기 과제 두 가지로 나뉜다. 단기적으로는 세계경제 성장엔진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은 중국·인도와 아시아 개도국을 공략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축적된 영업노하우와 해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인수합병(M&A) 등에 나서 미국·유럽 등지의 금융 본고장에 터를 잡는다는 구상이다. 특히 중국 내 점포들은 한국 기업의 현지 진출 지원이나 국제금융 서비스를 돕는 일뿐 아니라 중국 현지 기업들과의 금융거래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신한은행도 9월 초 일본 현지법인인 SBJ 나고야 지점을 개설하고 하반기에 중국·일본·베트남 등지에 5~6개 점포를 열 예정이다. 하나은행도 중국 진출에 주력하고 있다. 8일 광저우 분행을 개점하면서 중국 내 15번째 영업망을 갖췄다. 2008년 국내 은행 중 유일하게 러시아에 현지법인을 설립한 우리은행은 연내 브라질 상파울루와 호주 시드니에도 점포를 낼 계획이다.
KB금융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 플레이어라는 최종 목표로 가기 위해서는 우선 기본체질을 탄탄히 다져야 한다. 리스크가 작은 아시아 지역에서 해외 업무를 발굴하고 이를 위한 글로벌 인재 육성·영입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400조원 가까운 KB금융 자산 중 해외자산 비중은 2% 정도에 불과하다. 국내의 여타 금융그룹도 사정은 비슷하다.

2007년 광저우, 2008년 하얼빈, 2010년 쑤저우 세 곳에 중국 지점을 개설한 KB금융은 올 11월 베이징 지점 개설과 함께 중국 현지법인 설립을 추진하는 등 중국 내 영업력·네트워크 강화에 나서고 있다.

KB금융은 지난해 연말 중국 4대 은행 가운데 하나인 중국공상은행(中國工商銀行)과 포괄적 업무 제휴를 했다. KB국민카드도 최근 국내 거주 중국인을 상대로 중국공상은행 제휴 체크카드인 ‘중국공상은행 KB국민 비*트윈 체크카드’를 출시한 바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9일 일본 오사카 지점을 냈다. 1992년 도쿄 지점에 이어 20년 만의 일본 지점이다. KB금융의 경우 지난해 베트남 양대 도시인 호찌민과 하노이에 지점과 사무소를 각각 개설해 베트남 영업기반을 강화했다. 이번 지점 개설로 10개국 14개 해외 네트워크를 갖게 됐다.

세계경제가 불황의 그늘에 있지만 국내 은행들은 다시금 해외 진출에 시동을 걸고 있다.
가장 시급한 건 해외 현지화 수준을 높이는 일이다. 해외 현지 금융회사와 경쟁하려면 규모가 커야 하고 위험 부담도 크다 보니 아직은 국내 수요의 확장 격인 국내 기업·교포 중심의 영업활동을 선호한다.

장소만 한국에서 외국으로 바뀌었을 뿐 여전히 국내 은행들끼리의 경쟁이 되곤 한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5월 발표한 ‘국내 은행 해외 진출 현황 및 현지화 지표 평가 결과’ 자료를 보면 지난해 하반기 국내 은행 84개 해외 점포의 현지화 지표는 4년째 3등급에 머물렀다.

강나현 기자 rkds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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