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식용유 두르고 볶으면 70초 만에…경악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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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햇살을 받으면 검보랏빛이 더 강렬해지는 채소가 있다. 바로 가지다. 늦봄부터 초가을까지가 제철이다. 시원한 바람이 불면 살이 통통해지고 씨가 없어지며 단맛이 생기고 아린 맛도 덜하다. “가을 가지는 남 안 준다” 가을 가지 며느리가 먹으면 해롭다(며느리가 먹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는 말은 이래서 나왔다. 요즘은 사철 먹을 수 있지만 몇 해 전만 해도 겨울엔 구경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추운 날씨에 맨발로 다니는 아이들에게 “까치가 발 벗으니 가지 따먹는 시절인 줄 아느냐”고 소리쳤다.

원산지는 인도다. 현재 생산량은 중국이 세계 최고다. 국제식량농업기구(FAO) 2010년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가지의 58%는 중국, 25%는 인도에서 생산된다.
영문명은 ‘eggplant(달걀식물)’다. 가지를 처음 본 유럽인들이 계란과 비슷하게 생겼다고 봐서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한반도엔 중국을 거쳐 전래됐다.
저열량·고식이섬유·고칼륨 식품이란 것이 영양상의 장점이다. 생것 100g당 열량이 19㎉에 불과해 체중 감량 중인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게다가 식이섬유가 풍부해 금세 포만감을 준다. 식이섬유는 장(腸)운동을 도와 변비를 예방하고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춰준다. 혈압 조절을 돕는 칼륨과 기형 예방을 막는 엽산(비타민 B군의 일종)이 풍부한 것도 매력이다.

가지의 웰빙 성분은 보라색 색소 성분인 안토시아닌이다. 안토시아닌은 노화의 주범인 유해 활성산소를 없애는 항산화 물질로 항암 효과도 기대되는 파이토케미컬(식물성 생리활성물질)이다. 주로 꼭지와 껍질에 들어 있으며 가열해도 잘 파괴되지 않는다. 스코폴라민·니코틴·히스타민 등 ‘예상 밖의’ 물질도 들어 있다.

스코폴라민은 귀에 붙이는 멀미약의 주성분이다. 멀미·경련 억제 효과가 있지만 상당한 독성을 지녔다. 최근 한국소비자원이 붙이는 멀미약 사용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이래서다.
담배의 각성 물질인 니코틴이 다른 어떤 열매보다 많이 들어 있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가지 9㎏을 먹어야 담배 한 대를 피웠을 때의 니코틴을 섭취하게 된다.
가지의 한방명은 가자(茄子)다. 한방에선 오이처럼 몸을 차게 하는 약성을 가졌다고 본다. 평소 몸에 열이 많은 사람에겐 강추하지만 임산부·냉증 환자나 기침이 심한 사람에게 섭취를 권하지 않는 것은 이래서다. 한의사들은 가지의 찬 성질을 이용해 열을 내리고 통증을 멎게 하며 몸의 부기를 뺀다.

실온에 두는 것이 최선의 가지 보관법이다. 우리처럼 가지도 추위를 타기 때문이다. 장기간 냉장고에 보관하면 냉해를 입을 수 있다. 탱탱하고 꼭지 부분의 가시가 날카로우며 중간 크기인 것이 양질이다. 껍질이 윤택이 나고 부드러우면서 묵직한 느낌이 드는 것이 신선하다.

섭취할 때 꼭 기억해야 할 점도 있다.
잎은 독성이 강하므로 먹어선 안 된다. 일단 찐 가지는 바로 물에 담가야 변색을 막을 수 있고 떫은맛도 사라진다. 식품 알레르기도 유발할 수 있다. 식용유에 튀기거나 볶아 먹으면 열량이 엄청 오른다. 가지의 지방 함량은 100g당 0.1g에 불과하지만 다른 채소보다 지방을 훨씬 많이 흡수한다는 것이 문제다. 호주의 연구에서 가지에 식용유를 두르고 볶으면 70초 만에 지방을 83g이나 빨아들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가지 요리의 열량은 700㎉를 상회한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tk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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