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값 왜 떨어졌나 봤더니…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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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한기자] “지역 개발 계획이 계속 무산되는 데 땅값이 떨어질 수밖에 없죠.”

23일 오전 서울 성북구 정릉동 우리공인 관계자는 “정릉동 일대가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돼 있으나 서울시가 해제를 검토한 이후 땅값이 줄곧 하락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과거엔 투자목적으로 빌라를 짓기 위해 땅을 찾았던 업자들을 요즘은 찾기 힘들다”며 “3.3㎡당 1000만원 이상이던 땅값이 요즘은 900만원 밑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주택시장 침체가 토지값을 떨어뜨리고 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 땅값은 전달 대비 0.03% 하락해 21개월만에 내림세로 돌아섰다. 성북구는 0.197% 떨어져 자치구 가운데 낙폭이 가장 컸다.

서울 땅값 하락은 주거용이 주도했다. 상업용(0.043%)이나 공업용(0.080%) 땅값은 상승했지만 주거용(-0.062%)이 하락해 전체 땅값을 끌어내렸다.

은평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집값이 떨어져 지금 시세로 땅을 사 빌라나 원룸을 지으면 도저히 수익을 낼 수 없다”며 “주택시장이 침체되면 토지값은 계속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수도권에선 일반적인 현상이다. 지난달 수도권 땅값은 0.030% 올라 전달(0.081%)에 비해 오름폭이 많이 줄었다. 이는 상업용(0.029%)이나 공업용(0.111%)은 모두 올랐는데 주거용(-0.012%)이 하락한 게 가장 큰 원인이다.

법원 경매에도 토지가 많이 나온다. 특히 내달 6일까지 경매 일정이 잡힌 서울 토지 물건(171건) 가운데 79건이 주택과 상가를 지을 수 있는 ‘대지’ 물건이다.

법무법인 메리트 박미옥 경매본부장은 “얼마 전까지 귀해서 찾기 어려웠던 빌라나 단독주택을 지을 수 있는 대지 물건이 경매시장에 늘어나고 있다”며 “대부분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도 70% 전후로 높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토지시장 실수요자로 재편…“더 위축되진 않을 것”

토지시장이 전반적으로 주춤한 것은 투자수요가 사라졌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3~4년 전만해도 토지를 사놓고 기다리면 시세차익이 생길 것이란 기대로 투자 수요가 많았지만 지금은 아니라는 것이다.

토지투자 컨설팅 전문기업인 투모컨설팅 강공석 사장은 “땅을 사놓고 몇 년 기다렸다가 팔아 수익을 남기려는 수요자는 요즘 거의 찾기 힘들다”며 “그보다 요즘 토지 수요자는 캠핑장, 전원주택 등 구체적인 사용목적에 맞는 용도의 땅을 찾는다”고 말했다.

최근 수도권의 전원주택 가격이 하락한 것은 땅값이 내린 덕분이라는 관련업계의 설명이다. 예컨대 2~3년전 양평에 전원주택을 지으려면 땅값을 3.3㎡당 200만원 이상 줘야 했지만 현재 100만원 초반대로 떨어졌다. 건축비는 3.3㎡당 400만원 전후로 과거와 비슷한 수준이다.

만약 330㎡ 규모의 전원주택을 짓는다면 3년전엔 건축비 4억원에 땅값이 2억원이 넘어 6억원이상 비용이 들었지만 지금은 땅값이 1억원이상 싸지면서 5억원대 초반이면 지을 수 있다.

하지만 서울·수도권 땅값이 급락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토지 소유자는 일반적으로 주택처럼 담보대출로 땅을 구입하지 않고 주로 여윳돈으로 투자한 만큼 매매를 서두르지 않는 경향이 강해서다. 게다가 2005년 이후 매년 공시지가에 대한 시세 반영률이 높아지고 있어 표면적인 시세는 오히려 꾸준히 오를 가능성이 크다.

토지전문가들은  “수도권 주택시장 침체가 토지시장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2005년 이후 토지시장에 거품이 많이 꾸준히 빠진 상태이기 때문에 갑자기 더 위축되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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