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

물부족 국가의 물 과소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7면

윤원철
한양대 교수·경제금융학부

비가 와도 걱정, 안 와도 걱정. 가뭄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더니 이제는 홍수와 태풍에 대비해야 할 때가 왔다. 최근 이상기후로 인한 홍수와 가뭄의 빈발은 막대한 재산과 인명 피해를 낳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물 부족과 오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전쟁에서 사망하는 사람 수의 10배 이상이다. 매년 500만 명이 숨지고, 약 23억 명이 병에 걸려 고통받는다. 수자원 관리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가장 좋은 물 관리는 절약이다. 물 절약은 한정된 자원의 효율적 이용법일 뿐 아니라 환경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필수 불가결한 방법이다. 물 절약은 곧 오염의 최소화며, 이는 다시 오염된 물을 처리하는 데 필요한 투자를 줄일 수 있다. 사회 전반에 걸친 물 절약운동 확대는 수자원 개발에 앞서 늘 절실하다.

 문제는 절약만으로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사회발전과 함께 1인당 물 사용량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물 부족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물값이 싼 바람에 국민들이 정말 ‘물 쓰듯’ 쓰고 있다.

 우리나라의 수도요금이 현저히 낮은 이유는 정부가 물가정책을 통해 공공요금 인상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적절한 원가를 반영하지 못하고, 수익자부담의 원칙에 대한 국민적 이해가 낮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현재 상수도 요금은 생산원가의 80% 수준으로 공급되고 있다. 100원에 생산해서 80원에 파는 격으로 단위당 20원씩 손해를 보고 있는 구조다.

 선진국에서는 사회기반시설(SOC)을 유지하기 위한 공공요금은 필요한 비용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다. 전기·가스·수도 등 공공서비스의 현실화된 요금은 사회기반시설을 정비하는 데 유용하게 쓰이며, 절약을 생활화하는 데에도 일조한다. 우리나라 가정용 수도요금은 1000ℓ에 610원으로, 프랑스(3459원)나 독일(3555원)의 6분의 1 수준이다. ‘수돗물을 싸게 공급하면 좋은 것 아니냐’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나아가 ‘정부가 무료로 수돗물을 공급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수돗물을 생산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으로 공급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심각한 문제를 유발한다. 첫째, 낮은 수도요금은 수돗물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필요한 투자재원 확보를 어렵게 한다. 광역상수도 건설 등 신규 시설투자엔 많은 돈이 필요하다. 소외지역에 수돗물을 공급하기 위한 신규투자가 이루어지지 못하면 물 공급의 사회적 형평성이 무너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둘째, 노후화된 수도관 교체 공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게 되면 기존에 공급되던 수돗물의 수질이 악화될 수 있다. 나쁜 수돗물 수질은 국민의 불신을 증대시키고, 이는 수돗물 대신 비싼 생수의 수요를 증가시켜 결국에는 서민들의 경제적 부담을 증대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하게 된다.

 셋째, 싼값은 수돗물을 필요 이상으로 소비하게 만든다. 물 부족을 심화시키고, 하천 수질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가져온다. 생산원가가 가격에 적절히 반영되고, 국민들이 비용의식을 가지고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할 때 과소비가 억제될 수 있다.

 요금의 현실화는 수도시설 신규투자를 위해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동시에 물 절약을 유도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기도 하다.

 수도요금의 현실화를 통해 투자재원 부족, 수돗물 과소비의 악순환을 끊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물론 물값의 인상은 단기적으로 국민생활에 추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물 사용량을 줄여 투자비를 절감함은 물론 수질개선을 통해 환경문제를 해소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국민 부담을 줄여주는 데에 효과가 있을 것이다.

윤원철 한양대 교수·경제금융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