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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칼럼] 치열하게 갖춰야 할 부모의 자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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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기르기 힘들다고 애 팽개치는 젊은 부모들”이란 기사(중앙일보 6월 4일자)를 읽었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아동보호전문보호기관의 자료조사결과를 토대로 한 발표였는데, 아동학대가 지난해보다 1만 건이 넘었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가해자의 83%가 부모라는 사실과 영아학대의 70%가 20~30대 젊은 부모라는 것이었다.

영유아기 아이들에게 부모는 신적인 존재이자, 절대적인 양육자며 보호자라는 사실을 모르는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 이 지경이다. 이럴 때 우리는 달갑지 않은 사실 하나를 깨닫는다. 자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부모가 되지만, 좋은 부모 역할을 잘 수행해내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을 말이다.

그런데 이러한 좌절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우리가 원하는 직업을 갖기 위해서도 얼마나 많은 시간을 쏟아 부으며 공부하고, 훈련하고, 자격증을 취득하고, 수많은 경쟁자를 물리치고 나서야 오늘의 자신이 있게 됐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부모라는 역할에 대한 준비를 이토록 치열하게 했던가? 모든 직업현장에서 전문지식을 가지고 끊임없이 진보하며 사회와 소통할 때 비로소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수행에 성공적인 만족감을 얻게 된다. 그런데 우리는 부모가 된다는 것이 한 인간을 성장시키고 성숙한 인격체로 만들어 가는 과정임을 알고 있음에도 너무나 준비 없이 부모가 돼버리고 만다. 그러니 혼란은 당연한 것이리라.

부모가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단순히 먹이고, 입히고, 가르치고가 다가 아니다. 우리는 이럴 때, 아이가 자신의 감정이나 욕구, 생각을 말로 표현해 주면 좋으련만 그것마저도 참 뜻대로 안 해준다. 이상한 행동들로 부모를 불안하게 하고, 화나게 하고, 급기야 폭군으로 만들기까지 한다.

그러나 아이들 대부분은 자신의 욕구나 힘든 상황, 그로 인해 발생하는 과도한 스트레스를 명확하게 말로 표현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은 자신의 고통이나 스트레스가 견디기 힘들만큼 어느 한계점에 다다르면, 이상 신호(우울·불안·위축·무기력증·신체화증상·심한 짜증과 울음·손가락 빨기·유분증·야뇨증·분노발작·음식에 대한 집착·등교거부·말더듬·강박증상·잦은 싸움 등)를 보내는 것이다.

그러나 민감하지 못한 부모들은 이 신호가 무엇 때문인지, 무엇을 말하는지 알아채지 못하고, 당황하고 혼란스러워하며 자녀의 문제행동과 싸워 이기려고만 든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우선, 부모는 자녀에 대한 인식에서 나의 소유물이 아니라 하나의 존엄한 인격체라는 것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 부모 자신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서나 아이가 순순히 순종하도록 굴복시키기 위해서, 명령과 통제, 압박과 위협, 처벌을 일상적으로 사용하며 키우기 수월한 착한 아이를 강요하는 부모역할은 더 이상 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부모는 자녀의 성장에 맞게, 심리적 발달에 맞게 부모 자신이 부모역할의 옷을 갈아입는 것, 즉 부모 역할의 유연성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부모 자신도 자녀의 성장에 발맞춰 심리적으로 성장하며 성숙해져야 함을 뜻한다. 이제 우리는 자녀에게 지지기반이 되고, 단단한 울타리가 되어줄 수 있으며, 동시에 세상을 향해 힘차게 나아가게 해주는 믿음직한 안내자가 되어 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조정숙 아동발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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