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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뻑 젖은 8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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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경북 일부 지역에 23일 시간당 20~40㎜의 많은 비가 내렸다. 차량들이 폭우로 침수된 대구시 범어2동 동원초등학교 앞을 지나고 있다. [대구=프리랜서 공정식]

가뭄·폭염·폭우, 그리고 다가오는 태풍…. 4색조의 8월 날씨다. 이달 중순까지 전국을 강타했던 폭염이 잦아들고 폭우가 쏟아지면서 과거의 ‘마른 8월’이 ‘젖은 8월’이 되고 있다. 북상 중인 제15호 태풍 ‘볼라벤(BOLAVEN, 라오스가 제출한 고원 명칭)’이 서해로 진입하면서 27일 제주도와 남부지방에 최고 300㎜ 폭우, 28일에는 중부지방에 강한 비바람이 몰아칠 전망이다. 기상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로 게릴라성 폭우가 증가해 8월 강수량이 불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23일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은 이달 들어 폭염·열대야가 계속되면서 9일까지 비가 내리지 않았다. 10일 이후에는 비가 자주 내리면서 23일까지 391.9㎜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이달 말까지 일주일이 남았지만 23일 현재 평년(1981~2010년 평균)의 전체 강수량 364.2㎜을 넘어섰다. 남부지방에도 비가 오락가락하며 ‘가을 장마’가 심술을 부리고 있다. 부경대 오재호 교수는 “기압배치나 정체전선 형태를 보니 전형적인 장마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70~80년대에는 7월 중순의 여름 장마와 8월 하순의 가을 장마라는 두 개의 ‘봉우리’를 중심으로 여름철 강수가 집중됐다. 그런데 90년대 이후에는 여름 내내 많은 비가 내리는 우기(雨期)가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기상청이 73년 이후 전국 45개 지점에서 측정한 강수량에서도 이 같은 양상이 나타난다. 73~90년 8월의 전국 평균 강수량은 236㎜였으나 91~2010년에는 296.6㎜로 25.7% 증가했다. 6~8월 전체 강수량도 11.3% 불어났다. 기상청 김현경 기후예측과장은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상승하면서 대기 중 수증기가 늘어나고 조건이 맞으면 게릴라성 집중호우가 쏟아진다”고 말했다. 다만 올해는 북태평양고기압의 세력이 커 게릴라성 폭우가 뒤늦게 8월 하순에 집중됐고, 70~80년대처럼 가을 장마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기상청은 대형 태풍 볼라벤의 영향으로 이달 말까지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태평양 괌 인근 해상에서 발생한 볼라벤은 27일 오후 제주 서귀포 남서쪽 200~300㎞ 해상, 28일 오후에는 서해 중부 먼바다까지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28일 오후까지 중심기압 950hPa(헥토파스칼), 중심최대풍속 초속 43m의 강태풍을 유지할 전망이다. 기상청은 올해는 다음 달 하순까지 늦더위가 이어지겠고 겨울 추위는 평년보다 심하겠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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