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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양각색 보석 자연과 하나되다 감성을 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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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 디자이너 잔 슐럼버제가 ‘자연’을 주제로 별과 달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한 다이아몬드 귀걸이

명품 가방, 명품 시계, 명품 화장품 vs 명품 보석…. 이른바 같은 ‘럭셔리’ 생활품이어도 차원이 다르다. 우선 값에서 차이가 난다. 수억원짜리 다이아몬드 반지, 목걸이는 부지기수다. 다른 측면도 있다. 예술 감상품으로서의 가치다. 유명 작가의 미술품이 거래는 되지만 일반 대중은 갤러리에서 감상하듯, 보석도 그렇다.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게 명품 매장 문을 열 배짱만 있다면, 백화점 어디든 들러 고급 장식 예술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 명품 보석 가게다. week&이 미국을 대표하는 보석 브랜드 ‘티파니’의 175주년 기념 컬렉션에 주목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컬렉션은 7대에 걸친 미국의 장식 예술 역사를 돌아보고 8대째를 준비하는 작업이다. 티파니 측은 “미국엔 25년을 한 세대로 여기고 이를 대대적으로 기념하는 문화적 전통이 있다”고 밝혔다. 티파니의 존 킹(54·사진) 총괄 부회장과 함께 컬렉션 작품들을 둘러봤다. 그는 1990년부터 티파니에서 디자인과 구매 등을 담당해온 고급 보석 전문가다.

‘티파니’ 총괄 부회장 존 킹

‘자연’ 테마로 한 미국적 장식 예술=킹 부회장은 “175년 동안 티파니의 보석 디자이너들에게 가장 강력한 영감을 준 건 ‘자연’”이라고 말했다. ‘유럽의 보석 브랜드가 왕가와 귀족이 애용하던 보석, 왕실 전속 보석상 등의 수식어로 ‘역사’를 강조하는 데 비해 ‘미국 보석 브랜드’ 티파니는 그게 약하지 않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그는 “티파니를 창립한 1837년은 미국 건국 60년이 조금 지났을 무렵이고 격변기였다”며 “창립자인 찰스 티파니는 이런 환경 속에서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해냈다”고 말했다. 짧은 역사, 격동의 환경이 창조를 위한 자양분이 됐다는 설명이다. “그의 아들 루이 컴포트 티파니(Louis Comfort Tiffany·티파니 사람들은 LCT란 애칭으로 부른다)가 1902년 티파니 최초의 디자인 감독이 되면서 예술적인 디자인이 꽃피기 시작한 거죠.”

노란 다이아몬드와 투명 다이아몬드로 만든 목걸이. 녹색빛 보석은 사파이어, 푸른빛은 차보라이트다

1848년에 태어난 루이는 유리 공예, 에나멜·세라믹·모자이크·청동 공예에 조예가 깊었다고 한다. 민들레나 포도, 야생화, 잠자리, 나비 등 자연을 소재로 삼아 다양한 장신구를 만들어 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의 ‘티파니 전시실’엔 루이가 만든 머리핀이 전시돼 있다. 잠자리 두 마리가 날고 있는 모양이다. 킹 부회장은 “175주년 기념 컬렉션에선 ‘차보라이트’로 만든 목걸이에 잠자리가 새겨졌고, 나비를 새겨 넣은 다이아몬드 팔찌도 포함돼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잠자리와 나비는 오랫동안 루이를 비롯해 티파니 디자이너들이 애용한 소재”라고 밝혔다. 그는 “이전까지 유럽 브랜드의 보석은 기하학적 패턴이 들어간 세공이 중심이었다”며 “자연을 주제로 내세운 루이의 작품들은 확실히 미국적인 것, 새로운 예술세계로 평가받았다”고 주장했다. 실제 루이의 작품을 비롯해 티파니 175년 역사에 기록된 작품들은 세계 곳곳의 유명 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미국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영국 런던의 대영박물관,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 미국 워싱턴의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같은 곳들이다.

1 잔 슐럼버제가 디자인한 다이아몬드 목걸이. 가운데 큰 다이아몬드는 125캐럿이고 모두 587개의 다이아몬드로 장식했다.
2 초록빛 차보라이트가 빛나는 귀걸이. 차보라이트는 1974년 아프리카 케냐와 탄자니아 국경에서 처음 발견된 유색 보석이다

유색 보석으로 차별화

티파니 보석의 특징은 티파니의 보석학자들이 찾아낸 유색 보석이다. ‘티파니 옐로 다이아몬드’와 함께 이번 컬렉션에서 중점을 둔 것도 바로 4가지 유색 보석이다. 영어로 ‘젬스톤(gemstone)’으로 통칭되는 유색 보석은 루비나 사파이어를 일컫는 말이다. 티파니는 이들 보석 외에 자신들이 찾아낸 유색 보석에 독창적인 이름을 붙이고 대표 상품으로 내세웠다. ‘탄자나이트’ ‘쿤자이트’ ‘모거나이트’ ‘차보라이트’ 등이다. 짙은 푸른색을 내는 탄자나이트는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처음 발견됐다. 모거나이트는 미국의 유명 경영인 J. P. 모건의 이름을 딴 것으로 연분홍·연보랏빛 등이 대표 색상이다. 쿤자이트는 20세기 초 티파니의 대표 보석학자였던 쿤츠 박사의 이름을 땄다. 장미색과 붉은 기가 도는 푸른색, 보라색 등이 있다. 석류석의 일종인 차보라이트는 노란빛을 띠는 초록부터 짙은 초록색상까지 다양하다.

유색 보석 모거나이트로 목걸이를 만드는 마무리 과정. 리본 모양으로 된 다이아몬드와 플래티넘 장식이 175.72캐럿의 모거나이트를 둘러싸고 있다. [사진 티파니]

“젬스톤은 다이아몬드처럼 희소하고 명도·채도·색도가 훌륭해야 합니다. 다이아몬드가 이런 기준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것처럼 젬스톤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대개 가격이 다이아몬드만큼은 높지 않아 더 많은 고객이 찾습니다.” 젬스톤으로 만든 작품이 다이아몬드로 만든 것보다 대중들이 다가가기엔 좀 더 쉽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분홍빛 다이아몬드로 만든 브로치는 수천만원대이지만 비슷한 빛깔의 모거나이트 브로치는 수백만원짜리도 있다. 킹 부회장은 “175주년 기념 컬렉션에서 젬스톤을 내세운 것은 고객층을 확대하겠다는 의도도 있지만, 우리가 지금껏 이 젬스톤을 활용해 남들이 하지 않은 독창적 디자인을 발전시켰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1 1904년 창립자 찰스 티파니의 아들 루이가 디자인한 머리핀으로 은, 에나멜, 흑단색석, 비취, 석류석 등을 사용해 만들었다.

2 루이가 만든 스테인드글라스 작품.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사진=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루이는 자연을 소재로 스테인드글라스 작품도 만들었습니다. 노을이 지는 장면을 수십 장의 유리 조각에 미묘한 색깔 변화를 곁들여 섬세하게 표현했죠. 루이의 전통을 이어 받은 175주년 컬렉션에선 원래 루이가 소재로 삼은 ‘자연’과 보석이 하나가 되도록 했습니다. 값비싼 장신구가 아닌 기품 있는 예술품이 되도록 한 거죠. 우리가 발견해낸 유색 보석들로 말입니다.”

설명을 듣고 보니 175주년 기념작의 색상이 달리 보였다. 175.51캐럿짜리 쿤자이트 목걸이는 핑크 다이아몬드와는 다른 빛을 냈다. ‘라일락 핑크’로 일컬어지는 색이다. 만개한 자색(紫色) 라일락이 떠올랐다. 다이아몬드 잠자리가 날아 앉은 차보라이트 나뭇잎은 빛을 받아 반짝였다. 햇살 가득한 숲이 연상됐다.

컬렉션 작품에 대한 설명을 마친 킹 부회장은 “보석엔 감성을 담아야만 하고 그래야 진짜 의미 있는 것이 된다”고 했다.

“사람들은 그저 반짝인다고 해서 값비싼 보석을 사는 게 아닙니다. 청혼할 때, 결혼할 때 등 어떤 누군가에게 특별한 날을 만들어 주기 위해 보석을 사는 거죠. 그러니 보석을 만드는 사람들은 무언가를 기념하는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되도록, 또 이 감정이 영원히 지속되도록 작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 원칙을 버리지 않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지난 175년간요.”

뉴욕=강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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