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 지방은행 부활 충남·충북도선 ‘글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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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16일 충북도청에서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은 대부분 지방은행 설립에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사진 충북도]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을 둘러싸고 대전과 충남, 충북이 동상이몽(同床異夢)이다. 대전시가 충청권 시·도를 기반으로 하는 지방은행 설립을 추진하고 나섰지만 동반자격인 충북과 충남은 시큰둥하다. 충북에서는 아예 독자은행 설립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방은행 설립은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대전지역 정치권에서 처음 제기됐다. 국제통화기금(IMF)위기 중이던 1998년 퇴출된 충청은행을 부활시켜 충청지역 기반의 지방은행을 만들겠다는 취지였다. 이후 대전시는 각종 토론회와 연구 등을 거쳐 지방은행 설립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3개 시·도 광역단체장 회의나 실무진 회의 때도 지방은행 설립을 거론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하지만 충북과 충남은 반대 입장이 우세한 분위기다.

 대전시 산하기관인 대전발전연구원은 8일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 세미나를 열고 “지방은행 설립을 위해 (충청권 시·도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대전발전연구원은 충청권 주민 여론조사 결과를 내놓고 조사에 참여한 583명 가운데 460명(78.9%)이 ‘필요하다’는 답을 했다고 발표했다. 충북과 충남에 압박을 가한 것이다. 염홍철 대전시장도 “지방은행이 있느냐 없느냐는 여러 사업에서 차이가 날 수 있다”며 “전체를 하나로 묶느냐, 아니면 충북은행·충남은행·대전은행을 각각 만드느냐는 구체적 사항을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충북은 반대입장이다. 대전시가 지난달 지방은행 설립에 충북이 동참한다는 보도자료를 내자 즉각 “아무런 것도 결정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시종 충북지사는13일 충남도청에서 열린 충청권 행정협의회에서 “지방은행 설립 자체를 놓고 충북에선 찬반이 갈린 상태다. 시·도 입장을 정리해 실무협의회에서 논의하자”며 사실상 반대입장을 내비쳤다. 16일 충북도청에서 열린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 토론회에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토론회에서 충북발전연구원은 “지방은행 설립의 필요성에 대해 원칙적으로 공감하지만 초기 설립자금 등 현실을 감안하면 지방은행 설립은 쉽지 않은 과제를 내포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지역과 상이한 지역의 경제여건, 도민·경제주체들의 공감대 형성이 전제돼야 한다”며 “성급한 추진보다는 구체적인 영향분석을 통한 단계적·점진적 추진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충남 역시 회의적 입장이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최근 도정 현안 브리핑에서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에 대해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안 지사는 “지방은행이 필요하고 어떤 방식으로든 있으면 좋다는 데는 공감한다”며 “하지만 전반적인 금융업 흐름으로 볼 때 소규모 지역은행이 생존방안을 마련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지방은행의 생존이 가능한지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게 충남도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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