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터치] 경주마들 여름 휴가비는 100만원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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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지난달 우승 상금 1억800만원짜리 경주에서 1위를 한 경주마 ‘하이 포인트’는 요즘 휴가 중이다. 서울 경마장을 떠나 경기도 이천의 목장 송암스터드팜으로 피서를 갔다. 휴가비(위탁 관리비)는 99만원. 특수 차량을 이용한 이동비(16만5000원)는 별도다.

 경주마가 사람 못지 않은 고급 휴가를 보내고 있다. 말은 더위에 약해 여름을 잘못 보내면 체력이 떨어지고 수명도 짧아지기 때문이다. 한국마사회에 따르면 7~10월 매월 100마리 정도가 여름 피서를 떠난다.

 경주마의 휴가도 일상 탈출에서 시작된다. 경주마를 마방(말 우리)에 오래 두면 스트레스 때문에 방을 계속 맴돌거나 벽을 차는 이상 행동을 한다. 그래서 휴가의 첫 목표는 넓은 들판에서 뛰어놀게 하는 것이다. 하이 포인트가 휴가 중인 목장은 23만㎡(7만 평)의 초원을 갖추고 있다.

 휴가를 보내는 마방도 호텔 부럽지 않다. 말이 이동하는 통로에는 잘게 부순 나뭇조각을 깔아 부상을 방지한다. 모기 때문에 밤잠을 설치치 않도록 모기 쫓는 전자파 전등도 설치했다. 선풍기·샤워시설은 기본이다.

 식사도 특별하다. 사람으로 치자면 여름 보양식쯤 된다. 인삼가루와 비타민으로 체력을 보충하고, 허브·홍삼 등 11가지 성분이 들어간 영양제도 하루 일곱 번씩 먹는다. 간식인 귀리와 보리는 목장 내 발아장에서 3일간 직접 발아해 만든다. 치료가 필요한 말은 수술실처럼 생긴 특수시설에서 상주 수의사의 극진한 대접을 받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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