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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2년 만든 현존 최고 애국가 음반 첫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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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가장 오래된 애국가 음반. 1942년 미국에서 교민들이 독립을 기원하며 만들었다. [사진 독립기념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애국가 음반이 처음 공개됐다.

 독립기념관(관장 김능진)은 1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광복 전인 1942년 미국에서 녹음된 유성기용 음반으로, 앞·뒤 면에 ‘애국가’ ‘무궁화가’ 등이 담겨있다”며 “광복 이전에 실제 목소리로 녹음된 애국가 음반이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음반은 1942년 8월 2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시청 앞에서 열린 태극기 현기식에 맞춰 제작됐다. 8월 29일은 일본에 강점된 국치일이다. 이날 재미한족연합위원회는 그간의 국치일 행사를 폐지하고, 독립을 성취해 ‘승리의 날’로 삼자는 각오를 다지며 현기식을 열었다. 현기식에 이어 애국가를 녹음한 이 음반을 선전문과 함께 1달러에 배포했다.

 음반의 앞면에는 애국가 2종이 녹음돼 있다. 하나는 현행처럼 작곡가 안익태의 곡조를 사용한 것이다. 나성(LA) 한인청년연합승리창가대의 합창을 녹음했다. 다른 1종은 스코틀랜드 민요 ‘올드 랭 사인’의 곡조에 맞춰 부른 ‘구(舊) 애국가’로 재미 성악가 이용준 씨의 독창이 담겼다. 각각 2절씩 녹음됐다. 뒷면에는 또 다른 버전의 애국가로 추정되는 ‘무궁화가’가 한인청년연합승리창가대의 목소리로 녹음됐다.

 독립기념관은 지난 1997년 미주 흥사단으로부터 이 음반을 기증받았으나 손상이 심해 재생하지 못했다. 그러다 올해 동국대 한국음반아카이브연구소의 기술협력으로 재생에 성공했다. 복원된 애국가는 많이 지지직거리지만,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등의 가사를 분명하게 들을 수 있다. 현재 가사와 다른 부분도 있다. 1절의 ‘하느님’은 ‘하나님’으로, ‘보우하사’는 ‘보호하사’로 각각 불렸고 2절의 ‘바람서리’도 ‘바람이슬’로 불렸다. 문화재청은 이 음반을 문화재로 등록할 예정이다.

 김 관장은 “일본의 태평양 전쟁 도발 직후 우리 민족이 독립의 각오를 다지기 위해 음반을 녹음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를 통해 현행 애국가가 미주 지역에서 공식 행사 때 불려졌음이 역사적으로 증명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현행 애국가가 작곡되기 전 대한민국임시정부와 독립운동 단체는 3·1절 등 공식행사에서 ‘올드 랭 사인’ 곡조에 맞춘 애국가를 불렀다. 중경 임시정부가 1940년 국무회의에서 안익태의 악보를 새 애국가로 가결한 뒤부터 현행과 같은 애국가를 사용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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