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역할 다시 생각하게 한 이지나 인터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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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3호 34면

자신의 독특한 삶의 스타일을 담은 책으로 유명한 타샤 튜더는 신문을 그녀만의 방법으로 활용했다. 정치인의 얼굴이 실린 신문을 새장 바닥에 새똥받이로 깔았던 것이다. 정치인에 대한 감정을 잘 보여주는 일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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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1면 ‘안철수의 생각’ 이후 광주·부산 르포를 보면 요즘 민심은 단순히 그들의 사진을 새똥받이로 쓰는 것만으로도 부족한 듯하다. 한 번도 정치를 해보지 않은 안철수 원장이다. 그럼에도 그에 대한 전 국민의 기대와 관심은 놀라울 정도다. 하지만 7면 ‘안철수를 바라보는 두 경제인의 시각’에서 언급한 것처럼 기대가 큰 만큼 우려와 걱정도 크다. 난 안철수 원장이 중학생인 내 작은 아이마저 믿지 않는 정치인들 속으로 들어가기보다는 청소년들의 우상으로 남아 있기를 바란다. 그를 정치판으로 부를 수밖에 없을 만큼 신뢰를 잃은 기존 정치상황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33면 연재물 ‘사진과 함께하는 김명호의 중국 근현대’는 보면 볼수록 흥미진진한 읽을거리다. 중국이 부상하면서 각종 매체들이 앞다투어 중국을 다루고 책을 출판한다. 그러나 중국과 한국 모두 혼란스러웠던 시대였고 서로 단절되었던 역사 탓인지, 중국 근·현대사 부분만큼은 이 연재물보다 더 세세한 정보와 기록으로 다룬 경우가 드문 것 같다. 요즈음 국·공 양당의 안방을 꿰찬 쑹자수(宋嘉樹·송가수)의 세 딸들에 대한 보기 드문 사진과 내막을 읽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다.

28면 ‘홍은택의 중국 만리장정’은 내심 기대를 많이 했던 연재물이었다. 자전거를 타고 거대 중국의 속살을 아기자기하게 들여다 볼 기회라 생각했다. 더구나 여행의 주인공 홍은택씨는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여행 작가 빌 브라이슨의 나를 부르는 숲의 번역자라 더 흥분했던 것 같다. 그러나 칼럼은 비행기나 고속버스를 타고 가고자 하는 장소에 가서 알고자 하는 것을 취재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분위기다. 물론 유익한 여행 기사다. 하지만 5일자 중앙SUNDAY만 보아도 중국과 관련된 기사는 넘쳐나고 있다. 차라리 브라이슨처럼 우연한 만남에 카페나 선술집에서 엿듣기식 칼럼이 자전거 여행에 더 어울리는 글 분위기가 아니었을까.

26면 동성애를 다룬 뮤지컬 ‘라카지’ 연출가 이지나씨의 인터뷰 는 문화의 역할에 안도감을 느끼게 해준 기사였다. 이씨는 뚝심 있게 한국 사회의 금기시되는 화제작을 연이어 내놓은 연출가다. 덕분에 동성애를 소재로 한 뮤지컬이 이제 LG아트센터 공연을 감당할 수 있게 됐다. 개인적으로 처음 동성애가 선택의 문제가 아님을 깨달았던 것도 동성애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의 그림 때문이었다. 여자인 나보다 더 여성적인 작품 속의 그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자고로 문화란 이렇듯 정체된 개인과 사회를 흔들어 놓는 역할을 해야 한다. 앞으로도 중앙SUNDAY가 문화와 독자 사이의 징검다리가 되어 부지런히 우리를 흔들어 주길 바란다.



백미영 서울대 음대 졸업. 1989년부터 2006년까지 KBS교향악단 바이올린 연주자로 일했다. 지금은 전업주부로 책 읽기가 취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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