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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 뜨니 e메일 시들!"

중앙일보

입력

증권가에서는 최근 메신저의 무서운 전파성을 실감하고 있다. 증시와 관련한 각종 소문이 메신저를 타고 떠돌고 있는 것. 지난 10일경 주식시장에는 광우병 수혜주 테마가 인조피혁 업체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광우병 파동으로 소가죽 수출이 금지돼 진피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조피혁이 대체재로 부각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피혁업계는 현재의 진피 재고량으로 5월까지는 버틸 수 있을 것이며 따라서 광우병 파동으로 인한 인조피혁 매출 실적이 발생하려면 5월은 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진피 가격 상승이 그대로 인조피혁 매출로 이어질지도 미지수여서 광우병과 인조피혁의 관계를 단언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증권 전문가들은 이 소문을 두고 아주 작은 재료를 크게 부풀려 퍼뜨리는 과정에서 발생한 루머라고 치부했다. 재미있는 점은 메신저가 이 루머를 퍼뜨리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것. 이번 인조피혁 수혜 루머 외에도 주식시장에서 메신저를 통해 관련 정보가 전파되는 경우는 허다하다. 어느 종목에 관한 소문이 떠돌기 시작하면 메신저를 타고 외부로 유출되는 것은 순식간의 일. 정주영 회장 별세 며칠 전에는 정회장 위독설이 메신저를 타고 10분만에 여의도 전역에 퍼지기도 했다.

일반인들은 메신저를 타고 퍼진 불확실한 소문을 믿고 주식거래를 했다가 피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 모 증권사 투자상담역은 “메신저는 전화나 e메일에 비해 소리도 자취도 없이 아주 빠르게 소문을 전달한다”며 “작은 재료에도 민감한 개인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어 주의를 요한다”고 경고했다.

백양 비디오도 메신저 타고 확산

디자인 회사에 근무하는 이모 씨는 요즘 대표적 메신저 프로그램인 ICQ에 푹 빠져있다. 이 회사에 들어온 후 동료들이 많이 쓰기에 설치했는데 쓰면 쓸수록 재미도 쏠쏠하고 요긴하다는 것.

처음에는 사무실 분위기가 워낙 조용해 의아했는데 알고 보니 모두들 ICQ를 켜고 채팅에 빠져 있기 때문이었다. 업무 얘기는 물론이고 건너편에 앉아 있는 부장 모르게 공공연히(?) 험담도 즐긴다.

디자이너는 업무 특성상 용량이 큰 이미지 파일을 주고 받을 일이 많다. e메일에 파일을 첨부해 보낼 때는 보내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파일 전송에 오류가 발생하는 경우도 잦았다. 메신저를 쓰고부터는 웬만한 동영상 파일도 순식간에 전송할 수 있게 됐다. 메신저는 P2P(Peer to Peer) 기법이 적용된 대표적 프로그램이다. e메일은 기본적으로 보내는 메일 서버와 받는 메일 서버를 거치게 돼 있지만 메신저는 다르다. 메신저 프로그램만 내려받아 자신의 컴퓨터에 설치해 놓으면 그 다음부터는 사용자 컴퓨터끼리 연결되는 방식으로 구동된다. 중간 단계가 사라진 만큼 속도가 빠르고 안정적이다.

그래서 메신저는 파일 공유 프로그램으로도 각광 받고 있다. 첨부 파일 용량에 제한이 없기 때문에 동영상, 이미지 등 용량이 큰 파일을 전송하는 데 안성맞춤이다. 업무용으로 파일을 전송하는 경우는 오히려 적다. 각자 컴퓨터에 저장해놓은 MP3 파일이나 동영상 파일을 주고받는 데 더 많이 활용한다.

미국의 냅스터나 국내의 소리바다 같은 대표적 파일 공유 사이트들이 저작권 침해로 제소되고 폐쇄 위협을 받는 등 이슈로 떠오르면서 메신저들이 대안 파일 공유 프로그램으로 활용되고 있다. 백양 비디오 전파의 주범은 단연 메신저였다. MSN 메신저 담당자인 마이크로소프트의 김규철 대리는 “아직 채팅 기능이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지만 백양 비디오 사건을 전후로 파일 공유 기능을 활용하는 사용자가 대폭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룹웨어로 변신, 직장인들의 필수품

사실 인터넷 이용인구 2천만명을 자랑하는 국내 시장에서도 인스턴트 메신저 이용자 수는 그리 많지 않다. 중복 가입자를 제외한 순수 사용자는 3백만명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부진 속에서 메신저 업체들은 기능과 서비스 내용을 더욱 강화하면서 사용자 모으기에 부심하고 있다. 메신저로 쪽지만 주고 받는다는 것은 이제 옛말이 돼가고 있다.

커뮤니케이션 기능 자체도 예전에 비해 훨씬 강력해졌다.

아레오 메신저, 소프트 메신저, 야후 메신저, ICQ 등은 SMS(단문 메시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휴대폰 문자 메시지가 젊은 층 사이에서 일상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활용되는 추세를 반영한 결과다. 메시지 글자 수에 구애 받지 않고 전송할 수 있도록 메신저가 글자 수를 자동 분할해 차례로 보내는 기능도 등장했다.

음성 채팅, 화상 채팅 기능도 보편화되고 있다. 버디버디, 미스리 메신저, 웨피 메신저, 하이프렌드, 야후 메신저, MSN 메신저 등은 음성, 화상 채팅 기능으로 많은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메신저를 통해 제공되는 정보도 한층 다채로워지고 있다. 특히 주식투자자에게는 실시간으로 제공되는 증권정보가 유용하다. 메신저를 이용하면 주가 추이를 확인하기 위해 매번 사이트에 접속해야 하는 불편이 사라진다. 검색엔진의 대명사인 야후는 메신저를 통해 제공하는 방대한 정보량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네트워크 게임도 메신저에 추가된 대표적 기능. 디지토닷컴은 지난 달 소프트 메신저 상에서 이용할 수 있는 소메게임을 오픈했다. 넷신저, 오렌지 메신저, MSN 메신저 등도 게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다음, 야후, MSN, 네이버 등 포털 업체들은 메신저와 포털의 연동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메일 송수신, 커뮤니티 이용, 웹 검색 등을 통합하고 경매, 쇼핑 등의 채널 서비스도 함께 이용할 수 있다. 메일 수신 시 자동 알람 기능도 메신저에 포함돼 있다.

포털 사업자, 메신저 중심 사업자를 막론하고 메신저를 포털화한다는 전략은 공통적이다. 메신저만 실행시켜 놓으면 일일이 웹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접속하지 않아도 인터넷 서비스를 모두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그림이다.

강력해진 기능들을 토대로 기업용 솔루션으로 변모를 꾀하고 있는 것도 최근 메신저 동향의 특징. 기업 내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많이 활용되는 메신저에 화상회의, 메일연동, 지식정보 관리(KMS) 등 특정 기능을 추가, 기업용 솔루션으로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이달 초에는 온누리인포텍이 업무용 메신저 ‘액티브 포스트’를 출시했고 디지토닷컴도 쓰리알소프트와 공동으로 기업용 메신저를 개발, 출시를 앞두고 있다. 디지토닷컴의 조영표 대리는 “쓰리알소프트가 국내 기업용 메일 솔루션 시장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기업용 메신저의 가능성을 자신한다”고 말했다.

메신저들은 이제 메일, 채팅, 커뮤니티, 쇼핑, 정보검색, 게임 등 모든 인터넷 서비스뿐만 아니라 업무 프로그램으로까지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보다 강력해진 메신저가 네트워크 생활 속의 똑똑한 비서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異기종간 호환 문제, 해결기미 보인다

인스턴트 메신저는 이기종 메신저간에 호환이 안 된다는 점이 보급의 한계로 지적돼 왔다. 이메일은 야후 사용자가 다음 사용자에게 문제 없이 메시지를 보낼 수 있지만 메신저는 다르다. MSN사용자는 MSN사용자끼리만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다. 사용자들은 그간 이기종 메신저 간의 비호환성 때문에 상당한 불편을 겪어 왔다. 한 PC에 여러 개의 메신저를 설치하는 사용자도 있었다.

이러한 불편이 해소될 기미가 보인다. 일차적으로는 이기종 메신저와 클라이언트 기반에서 호환이 가능한 메신저들이 등장해 사용자 불편을 덜어주고 있다. 지난 연말 오렌지씨씨(http://www.orangewiz.com)는 AIM, ICQ, MSN메신저, 소프트메신저 등과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오렌지메신저를 개발했다. 이너베이(http://www.netssenger.com)도 ICQ, MSN메신저, 야후메신저 등과 호환되는 넷신저를 출시했다. 호환을 지원하는 대상이 몇 종으로 국한돼 있지만 모두 시장 점유율이 높은 메신저라 사용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근본적인 해결책도 제시되고 있다. 국내 주요 통신 및 포털서비스 업체들이 인스턴트 메신저 서비스 표준화 계획에 합의했다. 빠르면 올 상반기 안에 민간 컨소시엄으로 ‘인터넷 어플라이언스 커뮤니케이션 협회(ICA, 가칭)’를 구성해 표준화 추진에 나설 계획이다. 삼성전자, 한국통신, 디지토닷컴, 네이버컴, 버디버디 등 국내 주요 메신저 업체와 관련 업체들이 모두 참여할 전망.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도 강세를 보이고 있는 해외 메신저와의 호환 문제는 해결되기 어려워 보인다. ICA에 참여하는 어느 메신저 업체 관계자는 “이번 표준화 계획은 AOL, ICQ, MSN, 야후 등 주요 해외 메신저들의 표준화 작업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김문영

자료제공 : i-Weekly(http://www.iweek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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