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6 토론회 된 새누리 경선 … 김문수, 박정희 시해도 거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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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박근혜 대선경선 후보는 8일 5·16에 대해 “그것을 쿠데타로 부르든, 혁명으로 부르든 5·16 자체가 있었다는 것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다”며 “쿠데타냐 혁명이냐 싸우는 자체가 정치인의 할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후보는 이날 CJB청주방송 주최 대선경선 후보토론회에서 5·16에 대한 견해를 묻는 김태호 후보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토론회에선 5·16을 둘러싸고 박 후보와 비박계 후보들 간 설전이 여러 차례 벌어졌다.

 김문수 후보가 “5·16 자체를 쿠데타로 인정하느냐”고 묻자 박 후보는 “아뇨. 그것도 (역사의 평가에) 맡겨야 된다”고 답했다. 두 사람의 역사관 논쟁은 5·16에서 1972년 10월유신으로까지 번졌다.

 ▶김문수=5·16이 헌법질서를 일단 무너뜨리고 짓밟은 것 아니냐.

 ▶박근혜=5·16 당시의 국가적 상황이 어땠는가, 나라 전체가 공산화될 수 있는 위기이고, 자유민주주의가 통째로 무너질 수 있다고 할 때 어떤 판단을 해야 하는지, 그 다음엔 어떤 역사가 이뤄졌는가를 갖고 얘기해야 하기 때문에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김문수=지도자의 올바른 역사관은 중요하다. 헌법을 짓밟은 것은 일단 잘못됐다고 인정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발전에 도움이 됐다고 구분해 달라.

 ▶박근혜=그래서 제가 (5·16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말을 한 거다. 돌아가신 분(박정희 전 대통령)도 군인으로 마치기를 바라셨지만 국민이 굶주리고 그대로 놔두면 공산화될 수 있는 상황에서 고민을 한 거다. 두 분(김문수·김태호)한테 현재는 없다. 몇 십 년 전 얘기만 계속한다.

 ▶김문수=역사적으로 헌법을 짓밟은 건 사실 아닌가. 유신도 사실 헌법 질서를 파괴한 거다.

 ▶박근혜=(나는) 유신에 대해서는 아무 얘기도 안 했다. 오히려 그 당시에 피해 본 분에 대해서 사과말씀을 드리고 나머지는 역사의 판단에 맡겼다. 5·16에 대해서 제 역사관은 이렇다고 말씀드렸는데 ‘내 생각대로 너는 왜 생각을 안 하냐’고 자꾸 그러신다. 나가서 국민들한테도 내 생각만 따르라고 할 거냐.

 박 후보는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검증 청문회에선 유신과 관련해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다만 유신시대에 민주화 운동을 하면서 고통을 받은 분들에겐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했었다. 토론 도중 김문수 후보가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박 전 대통령 시해사건을 언급하는 대목에서 박 후보의 표정이 굳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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