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MBC 뉴스데스크 조작은 민첩, 사과는 미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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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양성희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지난달 27일 런던 올림픽 방송에서 MBC 사무실을 일반 기업체 사무실로 둔갑시켜 조작논란을 빚은 ‘뉴스데스크’에 대해 내부 징계가 내려질 전망이다.

 MBC는 8일 특보를 통해 “SNS 생방송 관련 ‘기업체 사무실’로 표시한 것에 대해서는 경위서를 받고 인사위원회에 회부할 예정”(권재홍 보도본부장)이라고 밝혔다. 조작으로 시청자 여론이 들끓은지 10일만의 일이다. 그러나 조작을 인정하거나 시청자 사과 등은 없었다. 이제사 ‘경위를 알아보겠다’는 늑장대응이다.

 알려진 대로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달 27일 SNS를 방송에 접목한 ‘소셜림픽’을 선보인다며 영국 런던과 서울 코엑스 등을 연결해 중계했다. 그중에 여의도 MBC 뉴미디어국 사무실을 일반 기업체 사무실로 위장해 방송했다. 응원하는 10여 명의 일반 시민도 MBC 직원들이었다.

 이 사실은 MBC 노조의 내부고발을 통해 알려졌다. 노조는 “기술적인 문제로 중계가 어렵게 되자 회사 안으로 SNS망을 연결했다”고 밝혔다. 기술상의 실수 아닌 고의적인 왜곡이라는 것이다.

 이번 올림픽 중계와 관련한 MBC의 중대한 실책은 한둘이 아니다. 자유형 200m 예선 실격 처리 당시 박태환 선수에 대한 무리한 인터뷰, 중국심판이 실격 처리했다는 해설위원의 오보 등이다. 개막식 하이라이트인 폴 매카트니의 공연 장면을 편집해 원성을 사기도 했다. 한 여성 앵커는 수영에서 금메달이 나오면 수영복을 입고 진행하겠다는 돌출 발언도 했다. 유도선수 문대남(실제 송대남), 축구선수 이범영(실제 구자철) 등 자막 실수도 잇따랐다.

 이처럼 MBC가 휘청거리는 가장 큰 원인은 장기 파업에 따른 올림픽 방송 준비 부족이다. 문제는 이에 대한 대처. 이번 조작방송도 발빠른 해명과 사과 이전에 노사간 공방만 불거졌다. 잇따른 실수에 대한 겸허한 반성과 시청자에 대한 사과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늘 공영방송·공정보도를 주창해온 MBC의 자기책임과 반성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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