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100만원 ‘승진 과외’ 받는 서울시 공무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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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5급 승진을 노리는 일부 서울시 공무원이 1인당 100만원대의 과외를 받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서울시가 진상조사와 대책 마련에 나섰다. 6일 서울시에 따르면 5급 승진 후보인 일부 6급 주무관이 승진에 필요한 역량평가 준비를 위해 고액 과외를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몇 명씩 팀을 이뤄 주말마다 학원 강사에게 과외를 받고 있으며 비용은 3~6개월에 1인당 월 100만원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들이 과외를 받는 이유는 승진 심사 방식 중 하나인 역량평가 때문이다. 이는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개인의 역량을 어떻게 발휘하는가에 대해 평가하는 제도로 서울시에는 2008년 도입됐다. 앞서 중앙부처에서는 2006년부터 고위공무원단 승진 평가에 도입됐다.

 서울시는 5급 승진자를 정할 때 근무평정과 경력을 심사해 승진자의 절반을 가린다. 여기서 탈락한 승진 후보 중에서 역량평가를 통해 나머지 절반을 선발하고 있다. 역량평가 경쟁률만 적게는 5대 1에서 많게는 7대 1이나 된다. 그만큼 승진 경쟁이 치열하다. 서울시에서는 자치구 기술직을 포함해 매년 200명 정도가 5급으로 승진한다.

 문제는 역량평가가 자료 요약, 롤플레이 등 다면 평가를 통해 기획 능력, 리더십, 자질 등을 평가하는 방식이어서 단순 암기시험 위주였던 과거 방식에 익숙한 공무원들에게 생소하다는 것이다. 한 공무원은 “너무 생소한 방식인 데다 평상시 개인적으로 준비하기 어려워 과외를 받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본 업무에 충실하게 임하는 사람들이 승진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수영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왜 이런 방식으로 평가를 해야 하는지 평가자와 피평가자 사이에 공감대가 이뤄져야만 제대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역량평가 개선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역량평가 과외 자체는 적발해도 처벌할 근거가 없다. 구아미 서울시 인사과장은 이날 “승진 과외는 서울시뿐 아니라 중앙부처에서도 있는 일”이라며 “과외를 받지 않아도 되도록 평가 개선안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 과장은 “외부 전문가 10명과 시 공무원 12명으로 TF를 구성해 10월까지 역량평가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또 인재개발원의 역량평가준비 교육과정을 연 6회(120명)에서 연 10회(300명)로 확대하고 내년 3월부터는 사이버강좌도 운영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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