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1% 때문에 … 카드 안 받는 대학 74%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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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국내 대학 열에 일곱은 등록금을 신용카드로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전국 410여 대학 중 올 2학기 등록금을 카드로 받는 곳은 108곳(26.3%)에 그쳤다. 그나마 결제가 되는 대학들도 받는 카드가 다양하지 않았다. 국내 최대 신용카드인 신한카드로 등록금을 낼 수 있는 대학은 서울대·충북대·목포대 등 8곳뿐이다. 국민카드(39곳)와 비씨·삼성카드(각 38곳)가 비교적 많은 대학과 제휴를 맺었고, 현대카드(5곳)와 롯데카드(4곳)도 결제 대학이 한 손으로 꼽을 정도다.

 대학이 카드 결제를 꺼리는 이유는 수수료 때문. 신용카드사들이 대학 등록금 결제에 매기는 수수료는 1%대. 시중 일반 가맹점 수수료율(2~3%)의 절반 수준이지만 대학은 “수천억원대 등록금을 감안하면 지나친 부담”이라고 주장한다. 신용카드 결제를 받지 않는 한양대의 고위 관계자는 “한 해 등록금이 2500억원에 달하는데 1%를 수수료로 내면 25억원”이라며 “가뜩이나 반값 등록금 논란이 있어 올해 등록금을 2% 낮췄는데 왜 자꾸 대학에 비용을 안기려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학부모와 학생들이 카드 납부를 선호하는 것은 목돈을 마련하는 부담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국공립대의 한 해 등록금은 평균 416만원, 사립대는 737만원에 달한다. 사립대 학생 한 명당 학기마다 400만원 안팎의 목돈이 필요한 셈이다. 카드로 결제하면 할부 이자를 부담해야 하지만 3~12개월까지 나눠 결제할 수 있다.

 고려대는 신용카드 결제는 안 받는 대신 학생들의 목돈 결제 부담을 낮췄다. 이 학교는 등록금을 학기가 시작된 뒤 넉 달에 걸쳐 무이자 분할 납부할 수 있도록 했다. 고려대 김동원 기획예산처장은 “1998년부터 학생들 부담을 줄이기 위해 현금 분할 납부를 받고 있다”며 “학생들은 카드사에 할부 이자를 낼 필요가 없고, 학교는 카드 수수료를 내지 않는 윈윈 구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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