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명성황후' 합세 사극 전성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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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명성황후' (수.목 1백부작) 가 다음달 9일 방송을 시작하면 금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밤 10시대에 사극을 볼 수 있다. KBS1 '태조왕건' (토.일, 1백84부작) , SBS '여인천하' (월.화, 50부작) , MBC '홍국영' (월.화, 50부작) 등은 이미 안방극장을 점령한 상태.

이처럼 사극이 붐을 이루면서 제작비.출연자수.소품 등의 규모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커졌다.

방송사 사극 담당 PD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네 작품의 제작비는 총 6백억원대에 이른다. '홍국영' 을 제외하곤 1회분 방송 제작비가 1억원이 넘는다. '태조왕건' 의 경우 연기자 출연료 등 직접 제작비 1억1천만원에 의상.소품.세트 등 미술비도 1억원에 달해 평균 2억1천만원으로 가장 규모가 크다.

또 대형 사극인 SBS의 '대망' (연출 김종학.극본 송지나) 과 MBC '상도' (연출 이병훈.극본 최완규) 가 하반기 방영을 앞두고 캐스팅 등 제작준비에 들어갔다.

KBS도 '태조왕건' 후속인 '제국의 아침' 등 고려사를 다룬 사극을 10년에 걸쳐 방영할 계획이어서 사극 붐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태조왕건' 의 안영동 책임PD는 "종간 한 명을 분장시키는데 두 시간 반이 걸리니 분장사도 현대물에 비해 2~3배 더 필요하다" 며 "제작 지연을 피하기 위해 물량 공세를 펴야 하기 때문에 제작비가 많이 든다" 고 말했다.

궁중 장면이 드라마의 중심에 서는 사극의 특성상 신하들과 후궁이 필수여서 사극당 연기자만 최소 40여명이 필요하다. 현재 네 작품의 주.조연급 연기자는 2백여명에 달한다.

'명성황후' 의 윤흥식 책임PD는 "현재 사극을 연기할 수 있는 연기자는 모두 다 동원됐다고 보면 된다" 고 설명했다.

사극 중흥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중견 연기자들이다. 그동안 조연 자리도 따내기 힘들었던 이들이 밀려드는 캐스팅 제의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는 것이다.

엑스트라도 '태조왕건' 은 1회분 방송에 평균 5백여명, '여인천하' 는 2백여명에 달한다. 현대극은 지나가는 행인이 잠깐 화면에 잡혀도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사극은 화면에 나오는 모든 인물을 통제해야 하기 때문에 행인부터 머슴에 이르기까지 전원 엑스트라를 써야 한다. 엑스트라들의 하루 일당은 3만8천원선.

이렇게 많은 인원과 제작비를 투입하고 나면 방송사는 사극에서 뭘 챙길까.

SBS 이종수 드라마국장은 "드라마 앞뒤에 붙는 광고수가 제한돼 있어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해 시청률을 올려도 실제로는 남는 게 없는 셈" 이라며 "방송사의 이미지를 고려한 측면이 강하다" 고 말했다

'태조왕건' 의 안영동 책임PD도 "손익분기점을 따지는 기업이라면 '태조왕건' 은 피해야 할 아이템" 이라며 "대하 사극은 공영방송의 위상을 제고하는 역할이 크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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