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법에 따라 판 수익증권 환매연기 부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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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투자신탁업법 개정전 약관에 따라 발행한비(非)대우채 편입 수익증권 환매 요구에 대해 신법을 적용해 응하지 않은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서울지법 민사합의22부(재판장 尹又進 부장판사)는 23일 C은행이 수익증권 환매대금 12억여원을 돌려달라며 D증권을 상대로 낸 투자예탁금반환 청구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지난 연말 환매분쟁 당시 금융감독원의 `수익증권 환매분쟁 조정방안'에 응하지 않고 제기한 소송에 대한 첫 판단이기도 해 최근 금융감독위원회의 대우채 수익증권 환매 연기가 부당하다는 판결에 이어 유사소송 및 금융권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현행 증권신탁업법은 수익증권 기준가격을 시가로 평가해야 하고 환매에 응할 때는 고유자산이 아닌 신탁 해지에 의해 조성한 현금으로만 응하도록 하고 있지만 원고의 수익증권은 구법 약관에 따라 판매된 것인 만큼 신법을 근거로 한 피고의 주장은 이유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많은 금융회사들이 법개정 이후에도 구약관에 따른 수익증권 판매를 계속해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최근 정보통신부와 새마을금고 등이 모증권사를 상대로 1천700억∼1천200억원대 유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재판부는 "피고는 또 지난해 6월 금감위의 `펀드클린화' 지시에 따라 상각처리한 환매대금은 지급 의무가 없다고 하지만 이 지시는 구약관에 따라 판매돼 이미 환매요구가 이뤄진 수익증권에 대해서는 효력이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지난해 12월 금융감독원이 고객과 판매회사, 위탁회사가 손실을 분담토록 한 `수익증권 환매분쟁 유형별 조정방안'도 이에 응하지 않은 고객에게까지 적용될 법적 근거는 없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지난해 수익증권 환매를 둘러싼 분쟁이 크게 일자 조정을 신청한 금융기관들에 대해 1조여원의 조정에는 성공했으나 5천여억원은 조정이 이뤄지지 않아 상당수가 소송으로 이어졌다.

이번 판결이 확정될 경우 유사한 사안에서 금감위의 펀드클린화 지시나 금감원의 조정방안에 따라 환매에 응하지 않은 증권사 등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C은행은 지난해 2월과 4월 각각 수익증권 환매를 요청했으나 D증권이 일부만 지급한채 잔여 대금 지급을 미루자 소송을 냈고 증권사측은 신법 규정과 금감위 지시, 금감원 조정방안 등을 내세우며 다퉈왔다.(서울=연합뉴스) 박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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