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진혁 "기보배와 사귄다"…금메달 커플 탄생?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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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올림픽 남녀 개인전에서 나란히 금메달을 목에 건 오진혁(31)과 기보배(24)가 사귀는 것으로 드러나 화제가 됐다.

오진혁은 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로즈 크리켓 그라운드에서 열린 대회 남자 개인전 결승전에서 우승한 뒤 "기보배와 사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진지한 관계를 이어가고 싶다는 바람도 표현했다.

오진혁과 기보배는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로 선발됐을 때부터 태릉선수촌에서 함께 생활해왔다.
이들의 교제는 대표팀 코칭스태프도 아는 사안으로 경기력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묵인됐다.
장영술 한국 총감독은 "젊은 남녀끼리 만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 아니냐"고 말했다.
둘이 커플로 맺어진 것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를 앞두고다. 처음 대표에 선발된 기보배는 낯선 태릉선수촌 생활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후배들을 살갑게 챙기는 오진혁이 기보배의 고민상담사를 자처하면서 애정이 싹트기 시작했다. 그해 8월 15일 오진혁의 생일은 때마침 일요일이라 다른 선수들은 모두 외박을 나갔고 오진혁만 태릉선수촌을 지키고 있었다. 오진혁이 안쓰러웠던 기보배는 이날 경기 안산의 집에 갔다가 태릉선수촌으로 돌아오면서 케이크를 하나 사 왔다. 그러면서 둘의 애정은 싹텄다. 평소 단 음식을 썩 좋아하지 않는 오진혁은 기보배가 사온 블루베리 케이크를 룸메이트인 임동현과 맛있게 먹었다.

둘은 “연애하느라 운동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비난을 듣지 않기 위해 전보다 더 열심히 활시위를 당겼다. 당연히 성적이 좋아졌다. 서로를 의지하면서 대회마다 좋은 성적을 올렸다. 대표선발전도 함께 1위로 통과했고 두 선수 모두 에이스 자리인 3번 사수를 꿰찼다.
오진혁의 양궁 인생은 롤러코스터와 같다. 1998년 주니어세계선수권에서 개인전과 단체전 우승을 차지하며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3학년 때인 1999년 국가대표로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곧 시련이 닥쳤다. 당연하게 여겼던 2000년 시드니올림픽 출전이 좌절됐다. 양궁을 그만둘까도 생각했던 오진혁은 마음을 정리하고 군 입대를 결심했다. 상무에서 현재 양궁대표팀 총감독인 장영술(52) 감독을 만난 게 전환점이 됐다. 갈 곳 없는 오진혁을 실업팀에 보내준 고마운 은인이기도 하다. 마음을 고쳐먹고 다시 활 시위를 당겼다.

오진혁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선수 생활의 절반이 지나가 있더라.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마음이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뭔가를 이뤄내겠다는 독한 마음을 먹었다. 2009년 대표팀에 뽑힌 오진혁은 그해 울산 세계양궁선수권에 출전해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따냈다. 10년 만에 복귀한 대표팀에서 존재감을 알린 것이다. 오진혁은 “이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짜릿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단체전 금메달을 합작했다. 지난해 세계양궁선수권도 단체전 금메달, 개인전 은메달로 쾌조의 컨디션을 이어왔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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