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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쳐 있던 홍명보팀을 일깨운 비장의 음식 2가지는?

중앙일보

입력

8강 진출과 함께 사상 첫 메달권 진입 꿈에 한 발 다가선 올림픽축구대표팀이 한식으로 원기를 회복했다. 5일 새벽(이하 한국시간)에 영국 카디프 밀레니엄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영국 단일팀과의 8강전 맞대결을 앞두고 모처럼만에 김치찌개와 제육볶음을 마음껏 먹으며 기분 전환을 했다.

우리 선수들은 가봉과의 3차전을 앞두고 올림픽 선수촌에 입단한 이후 입에 맞지 않는 음식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선수촌 식당에는 각 대륙별 주요 음식들이 뷔페 형태로 제공되지만, 한식을 별도로 접하기는 쉽지 않다. 한식에 길들여져 있던 축구선수들에겐 남모를 고민이었다. 메이저 국제대회에 나서는 각급 축구대표팀은 대개의 경우 컨디션 유지를 위해 조리장을 대동하고 대회에 참가한다. 이번 런던올림픽에도 김형채 파주대표팀 트레이닝센터 조리장이 선수단과 동행 중이다.

선수단이 올림픽 선수촌을 떠나 8강 장소인 카디프로 이동하는 내내 식단을 놓고 고민한 김 조리장은 두 가지 메뉴를 정했다. 김치찌개와 제육볶음을 내놓기로 했다. 얼큰하고 시원한 맛을 그리워하는 선수들을 위한 배려였다. 김치찌개의 향이 식당 주변에 은은히 퍼지자 선수들은 즐거워했지만, 함께 호텔을 쓰는 대회 조직위원회 관계자의 표정은 굳어졌다.

그는 선수단이 식사 하는 내내 방문을 걸어잠그고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한식에 대한 선수들의 열망은 고추장으로 만든 제육볶음을 냄비 바닥까지 깨끗이 비운 것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영국전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하느라 식사시간을 다소 늦춘 홍명보(43) 감독은 제육볶음 음식 맛을 보지 못했다. 조리장이 홍 감독을 위해 별도로 남겨 둔 분량까지 선수들이 모두 먹어버렸기 때문이다.

축구대표팀의 한 관계자는 "선수들이 한국 음식이 정말 그립기는 했던 모양"이라면서 "뒤늦게 사연을 전해 들은 홍 감독도 '우리 선수들이 잘 먹고 잘 뛰면 그만'이라며 웃어넘겼다"고 대표팀 분위기를 전했다.

카디프(영국)=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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