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정보화' 성과와 과제] 동영상 활용 '교실혁명'

중앙일보

입력

20일 오후 인천시 백령도의 백령초등학교 3학년 자연 수업시간.

최광선(41) 교사는 교탁 옆에 설치된 펜티엄Ⅲ급 최신 PC를 이용해 식물의 성장 모습을 동영상으로 보여주는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갔다.

클릭 후 불과 10초. PC에 연결된 대형 화면을 통해 질경이풀 등 식물이 쑥쑥 크는 장면이 나오자 학생들은 환호성을 터뜨렸다.

백령도뿐 아니라 전국의 모든 학교.교실의 인터넷망이 20일 개통돼 수업의 형태가 달라지고 있다. 동영상과 데이터베이스가 동시에 제공되는 3차원 수업이 가능해진 것.

앞으로는 유명 강사의 질좋은 수업도 화상을 통해 접할 수 있다. 이같은 정보 인프라 구축으로 피폐해진 공교육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걸림돌도 있다. PC를 학생만큼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교사를 확보하고 다양한 교육용 인터넷 콘텐츠와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것이 학교 정보화의 선결 문제다.

◇ 세계 최고의 정보화=학교 내 인터넷 연결시설 접근도 측면에서는 세계 최첨단 수준이다. 모든 학교에 컴퓨터실이 따로 있고 교실마다 PC가 마련돼 있는 것은 도시국가인 싱가포르를 제외하면 세계 어느 곳에서도 예를 찾아볼 수 없다.

인터넷 연결 속도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국내 모든 학교에 설치된 PC는 최소 256Kbps 이상의 인터넷 전용선이 연결돼 있다. 통신료 부담도 적다. 국내 학교에서 256Kbps 선로를 사용하는 경우 5년간 무료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

이달 초 프랑스에서 열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장관 회의에서 각국 장관도 "어떻게 통신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느냐" 며 부러워했을 정도다. 일본의 경우 통신료 할인이 되지 않고 있어 학교에서의 인터넷 활용도는 한국보다 떨어진다.

다만 인터넷 전용선 연결을 맡은 한국통신이 학생들에게 ''한미르(http://www.hanmir.com) 전자우편'' 에 의무적으로 가입할 것을 요구하면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개인정보 유출 및 거래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 보완점=지난해 말까지 전국 초.중.고교생의 70% 이상이 정보화 능력을 인정해 주는 정보소양인증을 받았지만 교사들의 경우 정보화 활용 수준은 너무 낮다. 특히 50세 이상 교원의 경우 인터넷을 활용할 줄 아는 경우가 극히 적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이에 따라 올해부터 2003년까지 매년 11만여명의 교사를 대상으로 정보화 활용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또 내년까지 국민 공통 기본 교과와 관련해 3만여점의 멀티미디어 자료를 개발, 보급할 예정이지만 일선 교육현장에서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반응이다.

서울대 교육학과 한숭희(韓崇熙) 교수는 "물적 기반은 갖춰졌지만 자료 공유와 구축은 초보적인 수준" 이라며 "정보화 기술을 잘 활용해 주도적인 수업을 하겠다는 교사들의 의식 변화가 중요하다" 고 말했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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