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 적발 급증…처벌도 강화

중앙일보

입력

올들어 주가조작 혐의로 금융.사정 당국에 적발되는 사례가 급증했다. 금융감독원은 19일 현재 2백80건의 주가조작 혐의를 조사 중이다.

이는 지난해 1년 동안 조사대상(4백63건)의 60%를 넘는 것이다. 금감원은 이 가운데 71건에 대한 조사를 마쳤으며, 30여건을 수사하도록 검찰에 통보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증권거래소와 협회에서 감시 시스템을 개발해 운영하면서 수상한 거래를 모니터링해 주가조작 혐의가 짙은 경우를 찾아낸다" 고 말했다. 금융감독위는 금융감독 체제를 개편할 때 조사정책국을 신설하는 등 주가조작 전담반을 확대하기로 했다.

◇ 갈수록 교묘해지는 주가조작 수법〓S증권사 趙모 차장은 1999년 사채업자에게 21억5천만원을, 상장기업 I사 대표에게 8억원 등 모두 36억9천만원을 꾼 뒤 I사 주식을 상대로 1천5백회 넘게 높은 가격으로 주문을 내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검찰에 통보됐다. 상장기업 대표와 증권사 간부, 사채업자가 짜고 고리채까지 빌려 주가를 조작한 것이다.

무려 2천9백82회의 시세조작으로 21억여원의 차익을 남긴 투자자문 대표와 증권사 지점장 등이 올 초 검찰에 고발됐다. 이들은 99년 6월부터 9개월 동안 91개 계좌를 만들어 특정종목을 상대로 고가(高價)나 허수(虛數)주문 등으로 시세를 조작한 혐의다.

◇ 처벌 강도 세어져〓사법부도 올들어 주가조작 행위를 엄중 처벌하고 있다. 서울지법은 지난 4일 주가조작으로 29억원의 이득을 챙긴 혐의로 기소된 전 L증권 투자상담사에게 벌금 50억원을 선고했다.

증권거래법 207조는 '불공정행위로 얻은 이익이 2천만원을 초과할 때는 이의 3배에 상당하는 금액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고 규정하고 있다. 조명수 변호사는 "그동안 사법부는 대체로 주가조작으로 얻은 차익 정도의 벌금을 부과했는데 이번 판결은 법원이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 이라고 풀이했다.

한국경제연구원 정진호 선임 연구위원은 "지난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조사 결과 국내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은 47개 국가 중 15위로 중상위권인데 내부자거래 등 공정성은 39위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며 "주식시장은 시장참여자와 운영자간 공정한 룰과 원칙에 따라 운영돼야 한다" 고 강조했다.

정선구 기자 sungu@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