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언론재단 과장 208억 횡령

중앙일보

입력

재벌기업이 출연한 언론재단 직원이 208억원의재단기금을 횡령, 1년9개월간 고급빌라와 외제차 등을 구입해 가족들과 내연의 처등에게 나눠주는 등 `초호화판' 생활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지검 형사6부(최진안 부장검사)는 18일 삼성언론재단 기금 200여억원을 횡령한 이 재단 과장 정준호(36)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횡령) 혐의로 경찰에서 구속송치받아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정씨는 98년 11월초 재단 인감을 이용, 모증권사에 예치돼 있던재단기금 227억원중 3억원을 인출, 개인 주식투자에 사용하는 등 지난해 8월까지 모두 23차례에 걸쳐 208억원을 불법 유용한 혐의다.

정씨는 횡령액 중 110억원 가량을 주식투자에 사용했으며 나머지 돈으로 고급빌라와 아파트, 외제승용차, 시계, 그림 등을 구입, 부인과 부모, 내연의 여자 등에게나눠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정씨는 시가 10억원에 달하는 성북동의 고급빌라를 자택으로 구입하고 일산과 서빙고동 등지의 2억∼7억6천만원짜리 아파트 3채를 구입, 부인과 여동생,부모에게 선물했으며 시가 7천만∼8천만원짜리 BMW와 벤츠 등 고가의 외제 승용차 5대와이탈리아제 불가리 시계, 1억원 상당의 그림, 오디오세트 등도 사들인 것으로 밝혀졌다.

정씨는 부인에게 한꺼번에 9억2천만원을 생활비로 주는 등 부인,가족 등에게 수억원씩 용돈을 주기도 했다고 검찰은 말했다.

모전직 장관의 조카로 알려진 정씨는 연말 결산때 입.출금 전표를 위조, 재단의공금현황(시재금)을 서류상으로 맞춰놓는 방법으로 재단에 대한 회계법인의 정기감사를 피해오다 지난달 재단측에 의해 경찰에 고발됐다.

검찰은 정씨의 횡령액이 재단출연기금 227억원의 80% 수준에 이르는 거액인 점에 비춰 공금유용 경위를 정밀조사중이며 금명간 정씨를 기소할 방침이다.

검찰은 또 옛 신안화섬을 인수한 펀드 IHCH를 삼성출신 인사가 운용해왔고 IHCH에 정씨가 횡령한 언론재단 공금 수십억원이 포함돼 있다는 첩보에 따라 현재 IHCH의 주가조작 혐의를 조사중인 금융감독원이 고발해오는 대로 조사에 착수키로 했다.

한편 삼성그룹은 이와관련 "삼성언론재단은 삼성이 부의 사회환원 차원에서 전액 출연한 재단법인이지만 삼성과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운영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권혁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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