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이틀째 블랙아웃 … 인구 절반 6억명 고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지난달 30일 인도 북부에서 대규모 정전이 발생한 데 이어 31일에는 더 많은 북부와 동부 지역 13개 주에서 전기가 끊기면서 6억 명이 피해를 봤다. 고질적인 에너지 수급 문제에 시달리는 인도에서는 해마다 크고 작은 정전이 일어나지만, 이처럼 대규모 정전 사태가 난 것은 2001년 이후 처음이다.

 AP통신은 “오후 1시5분쯤 북부 지역의 송전망이 가동을 멈췄고 비슷한 시각 동부의 전력망도 끊겼다”며 “이 두 배전망이 인도 인구의 절반 정도 되는 6억 명에게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이는 유럽연합 전체 인구보다도 많은 숫자”라며 “이번 정전은 이제껏 일어난 세계 최악의 대정전 사태 가운데 하나로 기록됐다”고 덧붙였다.

로이터통신은 “전날에는 오전 2시35분쯤(현지시간) 정전이 일어나 3억5000만 명 이상이 살고 있는 북부 7개 주가 영향을 받았다”며 “몇 시간 뒤 전력망이 복구되기는 했지만 주민들은 고온다습한 여름 밤을 보내야 했고 그나마 아침녘에는 비상전력도 바닥났다”고 전했다.

 정전사태로 도로 신호가 먹통이 되고 철도도 막히면서 뉴델리 등 대도시에서는 교통대란이 벌어졌다. 전날에도 12시간 동안의 정전으로 운행이 중단됐던 전철은 또다시 멈춰 섰다. 서벵골주에서는 정전으로 인해 리프트가 작동되지 않아 국영회사 소속 광부 수백 명이 광산에 갇혔다고 주정부가 밝혔다.

 인도는 전력 수요의 대부분을 석탄에 의존하는 실정이며, 원자력에 의한 발전량은 3%에 불과하다고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전했다. AP는 “최근에는 비가 내리지 않아 수력발전량도 줄어들었다”며 “그나마 인도 전체 가구의 3분의1 정도는 전구 하나를 밝힐 만큼의 전력도 공급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극심한 ‘전력 빈부 격차’를 지적하기도 했다.

유지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