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억 충전? 이게 웬 떡" 신나게 쓴 40대女 낭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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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스마트카드에 전산 오류로 잘못 충전된 돈을 임의로 사용한 소비자들에 대해 경찰이 횡령 혐의로 수사 중이다.

 서울 종암경찰서는 이 같은 혐의로 남모(51)씨를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2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남씨는 2010년 11월 자신의 스마트카드가 아무리 써도 잔액이 8650원에서 줄어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편의점에서 물건을 몇 개 샀는데 잔액이 그대로였다. 충전하지 않아도 무제한으로 쓸 수 있는 스마트카드였던 것이다. 그때부터 시작해 남씨는 최근까지 1년8개월 동안 집 주변의 편의점에서 콜라·담배 등을 구입하는 데 1280여만원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송파경찰서가 수사 중인 박모(47·여)씨의 스마트카드에는 무려 16억원가량이 충전돼 있었다. 박씨는 지난 3월 이 중 150여만원을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의 횡령 사실을 알게 된 한국스마트카드는 박씨에게 사용 금액을 반환하라고 요구했지만 박씨는 “써도 되는 돈인 줄 알았다. (잘못인 줄) 모르고 썼다”며 변제를 거부했다.

 그러나 경찰 관계자는 “자기 돈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썼다면 횡령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남씨 등과 같은 혐의로 수사 선상에 오른 사람은 모두 5명이다.

 한국스마트카드는 “T머니 서비스 도입 초기에 일부 카드가 사용해도 잔액이 줄어들지 않는 등 전산상의 오류를 일으켜 회수한 적이 있다”며 “당시 회수하지 못한 카드가 문제가 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경희 JTBC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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