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부진속 수출증가로 대외의존도 심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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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이후 소비, 투자 등 국내수요가 크게 위축된 가운데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우리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심화되고 있다.

국내총산출에 투입되는 수입중간재 비중 확대로 생산을 늘릴수록 수입은 더욱 늘어나게 돼 있어 소재부품 국산화, 구조조정 등을 통한 체질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1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98년 산업연관표 작성결과'에 따르면 소비침체 및 투자부진으로 수출을 제외한 국내수요의 비중은 95년 40.2%에서 98년 34.8%로 축소됐지만 수출은 11.7%에서 17.1%로 확대됐다.

외환위기로 국내수요가 급격히 위축됐지만 원화가치 하락에 따른 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 확보로 수요에서 차지하는 수출비중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총수요(총공급)에서 차지하는 수출과 수입의 비중인 대외의존도는 24.9%에서 30.7%로 크게 상승했다. 이는 일본(95년)의 9.1%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또 총산출에 투입되는 수입중간재 비중은 95년 10.9%에서 98년 13.1%로 늘었다.

이는 일본의 수입중간재 투입비중 2.9%에 비해 크게 높은 수준으로 부품국산화율이 낮은 정보통신산업의 비중이 늘고 환율상승으로 원재료수입가격이 크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특히 98년에 수출은 95년에 비해 1.85배로 늘었지만 수출에 의한 수입유발액은 2.17배로 증가, 수출의 수입유발효과가 크게 나타났다.

정정호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우리경제의 대외의존도 심화는 미국경제 등 해외경기변동에 더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취약성을 시사하고 있다'면서 '소재부품 국산화나 구조조정을 통해 체질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입중간재 투입비중이 커지면서 부가가치율도 44.7%에서 44.4%로 하락했다. 95년 일본의 부가가치율은 50.8%였다.

총산출에서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34.1%에서 35.8%로 커져 경제의 서비스화가 꾸준히 진전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컴퓨터, 인터넷 사용인구 증가로 정보통신산업 비중도 9.6%에서 10.8%로 커졌다.

산업별 취업자 비중에서는 서비스업이 95년 53%에서 98년 58.6%로 확대된 반면 제조업은 24%에서 17.2%로 축소됐다.

산출액 단위당(10억원) 필요한 취업자 수를 나타내는 취업계수(명/10억원)는 서비스업이 25명으로 제조업(6명)의 4배 수준이었다.

제조업에 비해 서비스업의 고용유발 효과가 컸다.

반면 수출은 고용증대 효과가 미흡했다. 98년 전체 취업자중 수출에 의해 유발되는 인원의 비중을 나타내는 수출의 취업유발의존도는 24.7%로 수출이 최종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중 33%에 비해 훨씬 낮았다. 수출이 취업유발효과가 상대적으로 낮은정보통신기기 등을 중심으로 이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편 임금에 비해 환율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환율 10% 상승이 국내물가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95년 2.11%에서 98년 2.39%로 높아졌지만 임금 10% 상승이 미치는 파급효과는 3.54%에서 3.16%로 낮아졌다.(서울=연합뉴스) 진병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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