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반도체 시장 16년만의 큰 불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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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세계 반도체시장이 16년 만에 가장 심각한 불황을 겪게 될 것이란 전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미국의 투자은행인 리먼 브라더스의 반도체 분석가 다니엘 닐스는 9일 '반도체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전세계 반도체 매출액이 전년보다 18~20% 감소할 것" 이라며 "이는 17%가 줄었던 1985년에 버금가는 수준" 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다른 투자은행인 ABN 암로의 분석가인 데이비드 우도 최근 "반도체 매출은 지난해 2천42억달러에서 올해는 1천6백40억달러로 20% 가량 줄어들 것" 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7~9월 개당 16달러 넘게 치솟았던 1백28메가 D램의 현물가격은 최근에는 4~5달러로 주저앉았고 64메가 D램은 개당 2달러선으로 생산원가에도 못미치고 있다.

반도체 값 폭락은 전세계 반도체 기업들을 고전케하고 있다.

리먼 브라더스의 분석가 닐스는 세계 최대 반도체제조업체인 인텔의 올 주당순이익이 당초 예상했던 70센트에서 65센트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뉴욕 증시에서 반도체 관련 업체들의 주가지수인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지난해 3월보다 60%이상 떨어졌다.

세계 최대의 반도체 수탁가공 기업인 대만의 TSMC는 1분기 매출이 3백95억대만달러(약 1조6천억원)로 석달새 27%가 줄었다.

국내의 현대.삼성도 형편은 마찬가지다. 대우증권의 전병서(全炳瑞)부장은 "올 1분기 삼성전자는 전년보다(1조6천억원)크게 줄어든 9천억~1조원의 이익을 낼 것으로 추산되며 현대전자는 적자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고 말했다.

닐스는 "반도체 불황은 PC시장의 침체에 따른 것" 이라며 "앞으로 6~9개월 뒤에나 반도체 경기가 바닥을 칠 것이며 매출이 전년 대비 증가세로 돌아서는 것은 내년 중반 이후에나 가능할 것" 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불황에 대비해 구조조정을 서두르는 곳도 나오고 있다.

세계 3위인 일본의 NEC는 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즈빌 소재 공장에서 D램 반도체의 생산을 3개월간 중단하고, 이 공장의 1천6백명 직원중 7백명을 감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정완 기자 jw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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