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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 오빠 쌈마이 맞거든 아이 둘 아빠의 유쾌한 ‘육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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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30대 가수의 자존심을 지키며 음원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싸이. 직설적 가사, 중독성있는 멜로디와 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YG엔터테인먼트]

6집 앨범 ‘6甲’을 낸 가수 싸이(35)의 저력이 놀랍다. 아이돌이 장악한 음악시장에서 타이틀곡 ‘강남스타일’은 음원 공개 1주일째 멜론·벅스 등 주요 음원사이트의 정상을 지켰다. 10여 개 주요 음원 사이트를 정복한, 일명 ‘퍼펙트킬(PK)’ 타이틀도 얻었다. ‘청개구리’ ‘77학 개론’ ‘어땠을까’ 등 수록곡 대부분도 인기다.

 싸이. 2001년 “나 완전히 새됐어” 후렴구가 인상적인 ‘새’로 데뷔했으니 벌써 데뷔 11년차다. 병역파문으로 침체도 겪었다. 그런데 이번 6집 앨범은 ‘쌈마이’를 자처하며 대중의 가식 없는 욕망을 투영해온 명 엔터테이너일 뿐 아니라 탁월한 뮤지션으로서 그의 진면목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강남스타일’ ‘77학 개론’은 전형적인 싸이 스타일. 직설적인 가사가 눈에 띈다. “정숙해 보이지만 놀 땐 노는 여자. 가렸지만 웬만한 노출보다 야한 여자” (‘강남스타일’). 여기에 중독성 있는 멜로디, 쉽고 재미있는 ‘말춤’을 결합시켰다. ‘77학 개론’은 10대들이 즐겨 쓰는 성적 은어와 노골적인 묘사로 19금 딱지가 붙었다.

 싸이의 음악은 남성중심적인 성적 판타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그럼에도 남녀불문 인기를 끄는 것은, 그 원색의 욕망이 오히려 솔직하고 건강한 삶의 에너지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일찍이 ‘3류’ ‘양아치’를 자처하면서 체면이나 위선을 벗어 던지고 “미친 듯 놀아보자”고 질주하는 그의 음악과 춤은, 억압된 욕망의 해방구였다. 지금은 대중문화의 한 흐름으로 자리 잡은 ‘비주류’ ‘싸구려’ 정신의 원조이기도 하다. 스스로를 ‘저렴하게’ 포장함으로써 기성 권위에 한 방을 날렸다.

 그의 외모가 섹시함이나 강남 스타일과는 거리 먼, 퉁퉁한 비주류 스타일이란 것도 한몫 했다. 스스로도 “나니까 괜찮지 만약 장동건씨가 강남스타일이라고 했으면 욕먹었을 거”라고 말할 정도다. 섹시스타 현아와 함께 추는 ‘강남스타일’의 말춤 역시 성적 코드가 강하지만, 그의 춤에는 유쾌한 희극성이 담겼다.

 이번에 눈여겨볼 부분은 악동적 이미지에 가려져 저평가됐던 음악가 싸이의 성취다. 그는 ‘뜨거운 안녕’을 제외하고 전곡을 작사·작곡했다. 박정현·윤도현·지드래곤·김진표·리쌍·성시경 등 톱스타들이 피처링한 곡도 고른 완성도를 보인다. 한 귀에 쏙 들어오는 멜로디에 운율감을 살린 가사 등등. “희극 비극도 결국은 끝이 있는 연극일 뿐 그 중에 찰나일 뿐 나의 남은 날 중에 오늘이 제일 젊기에 다시 어딘가로 떠나네”(‘네버 세이 굿바이’) 등이 눈길을 끈다.

 싸이는 올해 서른다섯. 어느덧 두 아이의 아빠인 ‘아이둘’가수가 됐지만, 넘치는 에너지로 지루하고 위선적인 세상을 뒤집는 그의 유쾌한 도발은 현재진행형이다. “살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 너 그러다 뭐 될래 살면서 가장 많이 하고픈 말 내가 알아서 할게”(‘청개구리’)처럼 길들여지지 않고 늙지 않는 악동의 선언이다.

 음악평론가 송기철씨는 “싸이는 잘난 척, 아는 척, 있는 척 하지 않는 것이 매력이다. 스스로 희화화한 이미지에 가려져서 그렇지 그는 뛰어난 싱어 송 라이터로, 음악적으로 꾸준히 진화해왔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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