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디 오픈 잔혹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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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엘스

대회 내내 꾸벅꾸벅 졸기만 했던 고목들이 최종 라운드에 잠을 깼다. 23일 오전(한국시간) 영국 로열 리덤 & 세인트 앤스 골프클럽에서 끝난 디 오픈 챔피언십. 강한 바람이 나뭇가지를 사정없이 흔들었다. 선수들의 마음과 샷도 바람에 요동을 쳤다.

 492야드의 긴 파4인 6번 홀. 바람은 대회 내내 빨랫줄처럼 날아가던 타이거 우즈(37·미국)의 세컨드 샷을 낚아채 벙커에 처넣었다. 우즈는 키보다 높은 벙커 턱을 넘기려 했지만 실패했고, 이판사판 심정으로 샷을 하다 트리플 보기를 범했다. 그의 15번째 메이저 우승 꿈도 끝났다.

스콧

 3타 차 선두로 출발한 애덤 스콧(32·호주)은 14번 홀 버디로 4타 차 선두로 나섰다. 그러나 우승을 생각한 순간, 그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15번 홀에서 벙커에 빠트려 보기를 했고, 가장 쉬운 16번 홀에서는 3퍼트로 보기를 했다. 17번 홀까지 3연속 보기를 한 그는 마지막 홀 티샷마저 벙커에 빠트리면서 주저앉았다. 상위권 선수들이 줄줄이 무너진 덕에 최종 라운드 2언더파, 합계 7언더파를 기록한 어니 엘스(43·남아공)가 우승했다.

 골프의 필드는 골프 코스가 아니라 두 귀 사이(뇌)라는 말이 있다. 뇌가 지배하는 게임이기 때문에 생각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경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때론 가장 잔혹한 게임이 되기도 한다.

 가장 뼈아픈 역전패는 1999년 디 오픈에서 마지막 홀 트리플 보기로 3타 차 선두를 날려버린 장 방드 밸드(46·프랑스)가 꼽힌다. 96년 마스터스에서 6타 차 선두로 출발한 그레그 노먼(57·호주)이 닉 팔도(55·잉글랜드)에게 7타 차로 참혹하게 무너진 것도 오랫동안 회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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