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 정계 은퇴 … 한·일 막후 채널 끊기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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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 요시로

일본 정계의 거물로, 각종 한·일 관계 현안을 물밑에서 조정해 온 모리 요시로(75) 전 총리가 정계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모리 전 총리는 22일 지역구인 이시카와현의 한 모임에서 “ 새로운 사람에게 양보할 때가 됐다. 언제까지나 의원을 할 수는 없다”며 차기 중의원 선거(총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와세다대 졸업 뒤 산케이신문 기자를 거쳐 32살 때인 1969년 정계에 입문한 그는 이제까지 14차례 선거에서 연속 당선됐다. 자민당 정권에서 ‘후쿠다파’의 맥을 잇는 ‘세이와카이’의 파벌 총수를 맡았으며 2000년 4월부터 1년여 총리를 지냈다.

 그는 2001년 10월부터 2010년 4월까지 일·한의원연맹회장을 맡으며 양국 간 갈등·이견을 조정하는 데도 앞장섰다. 2010년에는 한국 정부로부터 외국인에게 수여하는 최고위 훈장인 수교훈장 광화대장을 받았다.

 모리 전 총리 측은 23일 “초선 동기인 오자와 이치로 전 민주당 대표(현재 신당 ‘국민생활이 제일 당’ 대표)가 가련한 정치 말로를 걷는 걸 보고 지금이야말로 젊은 후진에게 길을 터주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한·일 외교가에선 모리 전 총리의 은퇴가 양국 관계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상득 전 한·일의원연맹회장이 구속된 데 이어 모리 전 총리마저 일선에서 물러나게 되면 양국 현안을 막후에서 조율해온 거물 정치인들이 사실상 사라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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